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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행 도로명 주소, 바뀐 길 이름에 불만 많아

중앙일보 2014.01.22 00:02 강남통신 6면 지면보기



청담동은 압구정로·선릉로 … 똑같은 일직선 길에 다른 이름 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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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사는 추모(48)씨는 올해 본격 시행된 도로명 주소가 영 맘에 안든다. 7년 산 지금 집주소가 청담동에서 선릉로로 바뀌었는데 뭐가 편리하다는 건지 도저히 체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추씨는 “요즘은 차량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 기존 지번 주소만 입력하면 바로 찾을 수 있는데 굳이 주소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식구야 그저 맘에 안 들 뿐이지만 나중에 우리집에 찾아올 친구·친척 등 손님이나 택배기사에게는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닐 거다”고 말했다.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청담동과 선릉은 완전히 다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주소를 선릉로라고 하면 다들 지하철 선릉역 부근을 생각해 우선 그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새해 들어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불만과 혼선이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멀쩡히 잘 살던 동 이름이 사라진 거다. 대신 도로명이 그 자리를 채웠다. 2011년 7월 도로명 주소를 고시한 후 지번 주소와 함께 사용했지만 대부분 바뀐 주소가 아니라 기존 주소만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다. 선형 방식인 도로명 주소보다 구역형 방식인 지번 주소가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구역형이란 압구정동·신사동·논현동처럼 구획을 정한 후 그 지역 내에서 건물 번호를 매기는 식이다. 반면 선형은 길게 뻗은 도로를 ‘○○로’ 식으로 한 주소로 묶은 뒤 그 길 양 옆 건물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방식이다. 도로명 뒤에 붙는 건물 번호는 서에서 동, 그리고 남에서 북 방향으로 점점 커진다.



 이런 방식으로 도로명 주소가 바뀌면서 동 이름 자체가 사라진 곳이 여럿이다. 청담동이 대표적이다. 청담동엔 기존의 청담이란 이름으로 시작하는 도로가 없다. 청담동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이제 압구정로나 도산대로·선릉로 등으로 불려진다. 대치동도 이름이 없어진 건 마찬가지다. 이 지역을 지나가는 삼성로·영동대로·남부순환로 등에 대치동 이름을 내줬다. 압구정로를 비롯해 논현로나 삼성로처럼 도로명이 기존 동 이름을 딴 경우가 물론 더 많다. 하지만 이처럼 동 이름이 아예 없어진 지역은 강남구에 6곳을 비롯해 강남3구에만 모두 15곳이다.



 또 다른 청담동 주민 박모(71)씨는 “지명이란 고유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없애고 엉뚱한 이름을 붙이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도로명 주소 체계의 전면 시행으로 강남구 대치동은 새 주소에서 `대치동`이란 기존의 이름을
잃었다. 대신 삼성로·영동대로 등으로 주소가 바뀌었다.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의 길 표지판에 삼성로라고 적혀 있다. [김경록 기자]


 혼선은 다른 이유로도 빚어진다. 다른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도로명으로 새 주소가 정해진 경우다. 송파구 잠실본동 일부는 주소가 도곡로로 바뀌었다. 누구라도 잠실이 아니라 강남구 도곡동을 떠올릴 법하다. 이유는 도곡동에서 시작한 도로가 대치동을 거쳐 송파구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양재대로도 그렇다. 이 도로는 서초구에서 시작해 강남·송파를 거쳐 강동구까지 이어져 있다. 물론 서초구 양재대로, 송파구 양재대로 식으로 구분이 돼 있지만 혼선은 불가피하다.



 특히 완전히 새 이름의 도로명인 경우 주소만으로는 어디에 위치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남구 밤고개로·광평로, 서초구 동산로·나루터로·명달로, 송파구는 송이로·연화로 등이 다 그렇다. 강남구 부동산정보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 지역 주민에겐 익숙한 옛지명에서 도로명을 따왔다”고 밝혔다.



 송파구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도곡로·양재대로 등은 모두 상위 기관인 안전행정부·서울시에서 도로명을 정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주민 혼란을 막기 위해 안내문 발송 등 홍보활동을 펼쳐 왔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새 주소와 관련해 3억원의 예산을 썼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5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새 주소체계를 위해서 안전행정부에서는 전국적으로 4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자치구의 홍보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개별 가구마다 자기집 주소에 대한 고지만 할 뿐 새 주소로 구 전체나 시 전체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도배포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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