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구역상 강남 3구는 아닌데

이런 점에 착안해 강남의 범위를 조사할 때 설문에 행정구역상 비(非) 강남 지역도 보기 항목에 넣었다. 지리상 강의 남쪽인 동작구는 물론 분당·판교도 포함했다. 조사 대상자에도 분당·판교 거주자를 넣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분당을 강남으로 생각한다는 응답, 즉 분당의 강남률이 29%나 됐다. 이는 강남3구에 속한 송파구의 삼전동(24%) ·풍납동(21%)·오금동(23%)·문정동(26%)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 개발 중인 강남구 세곡동(19%)이나 서초구 내곡동(14%)보다도 높다.
판교 역시 강남률 21%로 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유가 뭘까. 분당은 강남과 가까운 데다 학군도 좋아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자녀 교육을 다 시키고 강남을 떠나 분당으로 이주한 경우도 많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통과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면을 고려했을 때 강남주민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살고 싶어하지 않지만 굳이 간다면 강남권 신도시인 분당 정도”라며 “같은 신도시라도 강북에 있는 일산과는 심리적 거리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재밌는 건 분당 거주자 절반(45%)이 분당을 강남으로 꼽았다는 거다. 이들은 행정구역상 강남3구인 일원동(39%)이나 수서동(34%)· 신천동(30%)·석촌동(28%)·송파동(34%)보다 분당을 더 강남으로 여기고 있었다. 판교 응답자는 이보다 더 높아, 58%가 판교를 강남이라고 답했다. 분당 주민이 꼽은 강남의 기준을 보면 이같은 결과를 금방 납득할 수 있다.
분당 응답자는 가장 중요한 강남의 기준으로 소득 수준(49%)을 꼽았다. 비록 행정 구역상은 성남시지만 강남 이미지, 즉 강남주민과 대등한 부(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강남으로 생각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강남 3구에서는 분당을 강남으로 생각할까. 청담(33%)·역삼(36%)·수서(60%)·양재(38%)·가락동(38%) 등의 거주자가 분당을 강남으로 보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도곡동(13%)이나 서초동(16%) 등에서는 평균치보다 낮게 나왔다.
유성운·심영주·조한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