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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 29%, 청년실업은 최저 … 스위스 직업학교의 힘

중앙일보 2014.01.21 00:30 종합 6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베른에서 한·스위스 경제인 포럼,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이어 갔다. 이날 경제인 포럼에는 한·스위스 경제계 인사 130여 명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베른=변선구 기자]


“보르지아 가문이 통치한 30년 동안 이탈리아는 전쟁과 공포, 살인의 도가니였지만 미켈란젤로와 다빈치, 르네상스를 낳았지. 민주주의와 평화로 대변되는 500년 동안 스위스는 무엇을 만들었나? 뻐꾸기시계야.”

[연중기획] 젊은이에게 길은 있다
실용주의 교육 … 학력차별 없어
UBS그룹 CEO도 직업학교 출신



 고전영화 ‘제3의 사나이’에서 문제의 대사를 내뱉었던 악당 해리 라임이 오늘날 유럽의 모습을 본다면 제대로 얼굴을 들 수 있을까. 그가 칭송했던 예술혼의 국가 이탈리아는 유럽 경제위기 촉발국의 하나로 세계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반면,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스위스 시계는 알짜 알프스의 강소국을 대표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됐기 때문이다. 시계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관광대국으로 각인돼 있는 스위스는 알고 보면 화학·정밀공학·제약·컨설팅·금융·소프트웨어·기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최강국이다.



 세계 최정상권인 스위스의 각종 지표들 중 최근 들어 더욱 눈에 띄는 지표가 바로 실업률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일 내놓은 ‘닮은 듯 너무 다른 한국과 스위스’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실업대란 속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7.0%의 청년실업률(15~24세)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3%였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러운 수치다. 스위스의 낮은 실업률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이 대학진학률이다.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29%로 71%가 넘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결이 뭘까.



 전경련은 교육시스템의 차이를 첫손에 꼽았다. 한마디로 실용적인 직업교육(스위스)과 입시 위주 진학교육(한국)의 차이라는 얘기다. 스위스에는 VET(Vocational Education Training)라는 직업학교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 다니면서 주당 1~3일은 기업에서 현장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5만8000여 개 기업이 약 8만여 개의 현장업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력에 따른 유리천장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스위스에는 VET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최고위직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흔하다. 세계적 금융그룹인 UBS의 최고경영자(CEO) 세르지오 에르모티,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의 CEO 모니카 발저가 대표적이다.



 대외개방성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스위스는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들의 67%, 100대 기업 최고위직의 45%가 외국인일 정도로 개방적이다. 여기에 VET 등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력, 낮은 세율, 높은 국가경쟁력 등이 결합돼 2004년 이후 매년 30~50여 개씩의 기업들이 본사를 스위스로 이전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은 219개에 달한다.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높다는 점도 높은 고용률과 무관치 않다. KOTRA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는 전체 기업의 99.66%인 중소기업들이 67%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스위스 중소기업들은 하나 하나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라 고용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정봉호 전경련 팀장은 “스위스와 비교해볼 때 국내 교육시스템은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우리나라의 추가 성장과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스위스 특유의 실용성, 개방성, 유연한 사고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박진석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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