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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논란

중앙일보 2014.01.21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1월 4일자 30면>

특정 교과서 채택했다고 인민재판 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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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발행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 10여 곳이 난타당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전교조의 시·도지부로부터 ‘○○고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항의를 받고 있다. 학교 이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니며 친일·왜곡 역사 교과서 채택 학교로 매도되고 있다. 학교엔 항의 전화,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항의 방문도 이어진다. 벌써 12곳은 채택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 교과서는 교육부 검정을 최종 통과한 총 7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역사학자들이 참여한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받았으며, 나중에 다수의 오류가 발견된 다른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거친 것이다. 올해 3월 수업현장에서 쓰일 교재다. 그런데도 교학사를 채택한 경남의 한 고교 교감은 “교육부 검정을 받은 교과서를 채택한 건데 왜 이런 비난을 당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친전교조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학사 채택 고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전개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채택을 못 하도록 방해하는 외부 압력이자 협박이다. SNS에 명단이 돌아다니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불이익을 무릅쓰고 이 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겠는가.



 이런 외부 압력은 우리의 교과서 발행체제를 명백하게 부정하는 행위다. 정부가 집필과 검정기준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어내면 학교는 이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우리의 검정체제다. 일단 검정 기준에 부합해 검정 절차를 통과한 교과서는 채택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이며, 민주사회의 법률이다.



 교과서 선택권은 학교에 주어진 자율권이다. 담당 교사와 교과협의회가 어떤 교재가 맞을지 추천하면 학교운영위원회가 이를 검토하고, 교장이 최종 결정한다. 어느 누가 전교조나 시민단체, 또는 네티즌 등에게 어떤 교과서는 되고, 특정 교과서가 안 된다는 판정 권한을 주었나. 이들 단체나 네티즌은 특정 교과서 채택 학교에 대한 인민재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현 정부는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해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수능에서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걸로 해야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한다면서 교과서 채택도 자유롭게 못하게 하는 현 상황을 용인해선 안 된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가 강요와 협박에서 벗어나 교과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한겨레 <2014년 1월 2일자 31면>

교사·학부모가 거부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고등학교가 전체의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과서를 적극 옹호한 정부·여당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냉정한 심판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런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 자신의 행태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교학사 교과서의 심각한 역사왜곡과 허접스런 품질로 볼 때 이번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다. 청소년들이 그릇된 역사관에 휘둘리기를 바라는 교사와 학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이 교과서의 내용은 학계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이 교과서와 관련된 이들은 친일·독재 세력에 대한 온당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일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극대화·영속화하려 한 것이다. 게다가 학계의 기본적인 검증 절차조차 무시하고 온갖 오류로 뒤덮여 있으니 교과서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이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이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학생 대자보가 붙었고, 울산 현대고에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얼마 전까지 이 학교 재단의 이사장을 지낸 것과 관련해 말들이 나온다. 경기도 파주 운정고 등이 학부모들의 항의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 결정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생각과 다르게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교장이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다른 학교의 채택 과정을 조사해보면 비슷한 사례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정부·여당과 수구세력은 지난 몇 달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에 나선 바 있다. 교육부는 유례없는 사실상의 재검정 절차를 거쳐 졸속으로 수정명령을 내렸고,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뒤에도 다시 고칠 기회를 줬다. 이들이 이 교과서 문제를 물타기하려고 모든 교과서가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한 것은 이 교과서를 ‘역사전쟁’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검정 제도는 상처투성이가 됐고 여러 소송이 뒤따랐다.



 1% 미만의 채택률이더라도 안심할 건 아니다. 10년 전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었던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의 채택률이 4%까지 올라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군대위안부 피해자 등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다. 법원도 이 교과서의 퇴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논리 vs 논리]

한겨레 “채택 과정도 문제” 중앙 “선택의 자유 인정해야”




2017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된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부터 수능을 보려면 한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때마침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학사의 역사교과서가 비판을 받았고 이 책의 채택 여부가 뜨거운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1년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역사 왜곡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왜곡이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을 조작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은 사실(fact)에 대한 해석인 진실(truth)의 문제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말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와 ‘역사’는 다른 것이다. 과거는 시간상으로 지나간 일에 대한 사실이며, 역사는 그 과거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역사를 서술해야 하는 것이 교과서의 기본 덕목이다. 그런데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을 두고선 엉뚱한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이면에 담긴 정치적 의도와 채택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가 그것이다.



 전국 10여 개 고등학교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가 번복한 사태의 원인을 두 사설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한겨레는 “이 교과서와 관련된 이들은 친일·독재 세력에 대한 온당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며 “교사들의 생각과 다르게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교장이 압력을 넣었다”고 비판하고, 이를 역사전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정부가 집필과 검정기준을 정하고, 여기에 맞춰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어내면 학교는 이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우리의 검정체제”임을 강조한다. 전교조의 항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채택학교 매도, 항의전화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항의 방문을 “외부 압력이자 협박”이라고 비판하고, 이를 인민재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적 의도와 채택 과정의 투명성을 의심한다. 일부 기득권층 이해관계를 극대화·영속화하려 한다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반발한 사례를 들어 “학계의 기본적 검증 절차조차 무시하고 온갖 오류”로 가득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친일과 독재 세력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중앙일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채택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이며, 민주사회의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것이 외부 압력에 의해 비판받는 현실을 우려한다. 교과서 선택은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교과서를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용인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며 교육부가 나설 것도 주문한다.



 두 사설은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두 사설 모두 외압을 지적하지만 외압 주체는 다르게 본다. 한겨레는 “교사들의 생각과 다르게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교장이 압력을 넣었다”는 표현을 쓰며 채택 과정의 외압에 강조점을 둔다. 반면 중앙일보는 “SNS에 명단이 돌아다니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불이익을 무릅쓰고 이 교과서를 채택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가 번복하는 과정의 외압에 방점을 찍는다. 물론 이런 견해차의 이면에는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한겨레와 교과서를 채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중앙일보의 의도가 숨어 있다.



 그러면서도 두 사설 모두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라나는 세대가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현실 상황을 파악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이런 사회적 쟁점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면 우선 교과서 내용의 객관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후에 채택과정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역사는 역사가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과거에 대한 일종의 구성물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며 현실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도구가 바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출판사의 교과서 채택 여부 논란은 이렇게 중요한 역사, 즉 과거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상충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 과목 지정과 더불어 촉발된 역사교과서 채택 논란은 현재 한국사회의 각종 현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의 숨은 원인이기도 하다.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해법의 차이로 이어진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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