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년 만의 기적 꿈꾸는 스키 신동
2006년 합숙 못해 출전 정지, 2010년 대회 직전 허벅지 부상
한국 최고, 1998년 허승욱 21위
"세계 알파인에 내 이름 남겨야죠"
정동현(26·경기도체육회)이 세계의 벽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스키 신동’으로 불렸던 그에게 소치는 세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정동현은 “소치에서 2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 좋은 기록을 세워 한국에도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동현의 진짜 꿈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는 “난 항상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선다. 소치에서 날 테스트할 것이고 더 큰 꿈을 꾸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탔던 정동현은 초등학생 시절 국내에 적수가 없었다. 고성 광산초등학교(흘리분교) 6학년이던 2001년 겨울체전에서 초등부 수퍼대회전·대회전·회전·복합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초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체전 MVP(최우수선수)가 됐다. 2000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2관왕에 올랐던 그는 일찌감치 올림픽 메달을 딸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스키 신동’은 올림픽을 앞두고 유독 불운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선 출전권을 따고도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국가대표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개인훈련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학교 공부 때문에 대표팀 합숙훈련을 하지 못한 것이지만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2년간 국제대회 출전 정지를 받았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때는 대회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치른 겨울체전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수퍼대회전 경기 도중 스키 날이 허벅지를 찍어 근육이 파열된 것이다. 봉합수술을 하고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허벅지 부상 말고도 허리디스크, 종아리 근육 마비 등으로 고생했던 정동현은 “안 될 줄 알았지만 올림픽 무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 경기 중 기권했다”고 회상했다.
밴쿠버 대회는 더 아쉽게 끝났지만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셀렘은 컸다. 정동현은 2010∼2011시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11개를 땄다. 이어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 수퍼복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아에선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겨울에만 눈이 내리는 한국을 벗어나 정동현은 꾸준하게 국제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쌓았고,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게 됐다. 정동현은 지난달 중국 극동컵에 이어 지난 17일 끝난 성창컵국제알파인스키대회 남자 회전에서 1위에 올랐다. 회전 종목 세계랭킹 65위지만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30위권이다. “허승욱 위원장이 16년 동안 갖고 있던 기록을 넘겠다”는 정동현의 출사표가 믿음직스럽다.
김지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