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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신문대국 일본의 품격 없는 우월감

중앙일보 2014.01.21 00:05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현기
도쿄 총국장
일본은 세계적인 신문대국이다. 발행부수로 따지면 상위 6위 안에 4곳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신문업계를 보고 있노라면 깜짝 놀랄 일들이 있다.



 지난해 9월 8일 일요일. 새벽 5시에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도시로 도쿄가 결정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일 석간은 물론 다음날인 9일자 조간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간일. 하지만 세계 최대 발행부수(1000만 부)를 찍는 요미우리는 달랐다. 16쪽짜리 ‘호외’를 이날 오전부터 낮까지 전국 곳곳에 무려 900만 부 넘게 배달했다. 호외가 900만 부? 기껏해야 도심에 1만~2만 부 돌리는 게 호외인 줄 알았는데, 쇼크였다. 이는 전국의 약 7300개가 넘는 요미우리 신문보급소 중 거의 100%가 휴일을 반납하고 문을 연 덕분이다. 대단한 조직력과 충성심이다. 이런 파워 때문인지 그동안 일본 언론은 한국 내에서도 꽤 우월적 존재였다.



 “한국의 거물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우리를 불러 술을 사주곤 했다” “한국의 재벌 총수들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등 서울 특파원을 역임했던 일본 기자들의 ‘자랑’은 다소의 과장이 있다 해도 일본 내 한국 특파원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때 일본 특파원에게 질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걸 두고 말이 끊이질 않는 모양이다.



 서울외신기자클럽에 주어진 몫 중 대다수 참석자가 일본 언론이었는데, 청와대는 ‘따로 부른’ 두 곳(영국 로이터통신, 중국 CC-TV)에 질문권을 주었다 한다. 이에 일부 일본 신문은 “일본은 완전히 무시당했다”며 칼럼을 통해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일본은 과연 한국에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동안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장에 ‘운 좋게’ 선착순 혹은 추첨을 통해 20여 차례 출석했다. 하지만 외신기자 질문 몫은 늘 1~2명. 보통 AP통신과 로이터가 교대로 돌아간다. 한국 특파원이 아무리 손을 쳐들고 “저요, 저요”를 외쳐봐야 소용없다. 한국 특파원이 질문권을 얻은 건 최근 10년 사이 딱 한 번. 2010년 8월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가 조선왕실의궤를 한국에 돌려준다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사전에 각본을 짠 질문이었다. 그게 마지막이다. 일본에 특파원을 파견한 언론사 수로는 한국 또한 한국 내 일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1~2위인데 말이다.



 야스쿠니 참배 등 아베 정권의 거침없는 행보의 뿌리는 그릇된 우월감이다. 그게 오만을 낳는다. 최근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사안에 대한 분석과 자성은 없이 우월감에 입각한 한국·중국 비난에 거의 올인한다. ‘기자회견 질문권’ 운운도 어찌 보면 일본 언론의 ‘우월감 버블’이 꺼지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엄청난 발행부수에 우월감을 갖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걸 다른 이들이 인정하고 존중해주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덩치만 크고 품격 없는 우월감 따위는 전혀 부럽지 않다.



김현기 도쿄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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