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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아바타뿐인 안철수 신당

중앙일보 2014.01.21 00:05 종합 34면 지면보기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실루엣만 아른거린다. 꼭 ‘히든싱어’를 보는 것 같다.



 장하성(서울), 정장선(경기), 오거돈(부산), 김부겸(대구). 이상은 꽁꽁 숨어 있던 안철수 신당의 광역단체장 카드였다. 그런데 장막이 걷히자 모두 나는 아니란다.



 그러자 안철수 의원은 20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2~3월엔 진짜 리스트를 공개한다고 했다. 장관급 이상도 있다는데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2월이면 2월이고 3월이면 3월이지 웬 2~3월? 장막 뒤에선 대체 누가 걸어나올까.



 지난주 초. 야권 현장을 취재하는 후배기자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안철수는 왜 본인이 직접 나올 생각은 안 하지? 자기만한 깜짝카드가 어디 있다고.”(기자)



 “제 말이요.”(후배)



 상상이 가끔은 정치현실이 된다. 상상해본다. 안철수가 중심에 서고, 좌우 양 옆으론 ‘아바타’들이 V자형으로 ‘학익진(鶴翼陣)’을 펼치는 장면을. 아마 판이 흔들릴 거다. 서울도 좋고, 경기도 좋고, 고향인 부산도 좋다. 이젠 호남보다 인구가 많은 충청의 심장 대전은 어떤가. 그는 카이스트 석좌교수 출신이다. 거기서 새정치가 뭔지 울림 있게 외쳐보라. 나왔다 하면 대변인까지 “검토한 적 없다”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하고 가는 부인(否認)당·진화(鎭火)당 체질을 깨고 말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인터뷰에서 “적(敵)들이 (내가 직접)출마한다고 말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가능성을 싹둑 잘랐다. 졸지에 기자는 적이 돼 버렸다.



 지금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높다. 하지만 예비후보들은 화장발이 안 받는다. 이미 합류한 이계안(서울), 박호군(인천)의 지지율은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9~15%다. 이 정도라면 ‘고춧가루 부대’ 이상의 의미는 없다.



 윤장현(광주), 김효석(전남)은 조금 낫다 해도 승산은 반반이다. 광역 0 또는 1. 이것이 현재의 여론조사가 가리키는 냉정한 결과다. 호남에서 한두 곳 이기는 데 의미를 둔다면 개평을 바라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아바타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게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선거의 여왕’이 지원했어도 나경원은 박원순을 이기지 못했다.



 “노무현이 정말 선수는 선수다. 판을 엄청 키워버렸어….”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복도에서 만난 김부겸(열린우리당)이 흥분한 표정으로 한 말이다. 한 달 뒤 국회의원 총선 결과는 탄핵안이 통과된 그날 결정됐다.



 그때 그는 대통령직을 걸고 승부에 나섰다. 이런 극단적인 승부수가 정답은 아니라 해도 자신을 던지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그러나 안철수는 자신을 던져 판을 키울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시장이 통반장도 아닌데 박원순에게 이번은 양보할 차례라 했다. 자신은 안 나온다면서 누구한테 양보하란 말인가.



 이해 안 가는 게 또 있다. 안철수 신당의 관심은 광역에 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기초에 충실해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 말이다. 230곳 안팎의 기초 선거구는 총선지역구와 거의 같다. 결과는 총선의 근사값이다. 2006년 지방선거엔 29명, 2010년엔 36명의 무소속 당선자가 나왔다. 영·호남에선 2010년에 각각 18명, 9명이었다.



 새누리당·민주당의 지역독점체제에 식상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광역후보로 거론되는 이들까지 기초선거에 ‘하향지원’시켜 영·호남에서 당선자를 다수 내면 2016년 총선 때는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 될 수도 있다. 1987년 이후 지역분할·독점을 심화하게 만든 ‘소선거구제’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다시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87년 체제를 누군가 좀 흔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 이 때문에 지금 기자는 주제 넘는 고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바람을 접어야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신당엔 세 가지가 보이지 않는다. 첫째, 사람이 없다. 둘째, 감동이 없다. 셋째, 그러니 기존과 다름이 없다. 동즉사(同卽死) 이즉생(異卽生)이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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