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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유학생 내쫓는 대학원 논문 제출 의무

중앙일보 2014.01.21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박명섭
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최근 몇 년 새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 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동 여부에 따라 4가지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생산자·소비자가 전혀 이동하지 않는 유형, 생산자만 이동하는 유형, 소비자만 이동하는 유형, 그리고 생산자·소비자가 모두 이동하는 유형 등이다. 교육서비스 무역은 세 번째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국내 대학은 외국 유학생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출신이 가장 많지만, 미국·프랑스·호주 등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우즈베키스탄·몽골·인도네시아·베트남·쿠바 등의 우수대학 출신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무역이나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려는 이들이 많다. 경영학·경제학과 달리 단일 학과로 이들 전공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나라가 한국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의 포괄적인 연구를 위한 대학원 전문학과가 있는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은 무역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준(準)선진국이고, 지금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글로벌 무역의 중추로 자리 잡은 나라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그 많은 외국인 지원자 중에서도 극소수만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한국어를 못해서, 또는 등록금을 내지 않을까 봐 그런 게 아니다. 일반 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 제출을 의무화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 때문이다.



 요즘처럼 연구윤리와 논문 표절 방지를 강조하는 시대에는 아무리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 유학생이라도 논문 작성을 지도하고 싶어 하는 교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의 표현이 한국인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자칫 소홀히 지도했다간 논문 표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학생보다 훨씬 힘들게 논문을 지도한들, 교수에게 돌아오는 보상이나 평가 점수가 크지 않기에 그들을 제자로 두는 것을 꺼리는 게 요즘 분위기다.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논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추가 학점을 이수하면 이를 대체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특수대학원 등은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유독 일반 대학원에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박사 과정의 경우 논문 작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석사의 경우, 특히 외국인의 석사 학위의 경우에도 전공을 불문하고 반드시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규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것이 교육서비스 수출의 ‘손톱 밑 가시’라고 표현하면 지나칠까.



 지난 10년간 한국의 교육서비스 무역수지는 매년 3조~4조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교육서비스의 수출을 늘리는 지름길은 가격·비가격 경쟁력 양면에서 뛰어난 외국 유학생의 유치다. 일반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논문 제출 의무를 학문별 특성과 학과의 사정에 따라 대학의 재량에 맡기면 더 많은 유학생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박명섭 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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