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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갑' 관료들, 박근혜정부 이후 54명 공기업행

중앙일보 2014.01.17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정치권 출신 인사들에 게 가려져 있던 공무원들의 낙하산 문제도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교체된 기관장·감사 160명 중 공무원은 단일 직군으로는 최대인 54명에 달한다. 두 명 중 한 명(46%)은 정치인·공무원 출신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한 뒤에도 9명의 공무원 출신이 임명됐다.


여전한 공공기관장·감사 낙하산



두 명 중 한 명은 정치인·공무원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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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주무부처와 피감독기관의 ‘특수관계’ 때문에 논란을 낳고 있다. 평소 감독을 하는 주무부처는 피감독기관인 공공기관에 대해 ‘갑’의 위치에 있다. 예산·조직·사업에 걸쳐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경영 사항에 대해 주무부처의 감독과 지휘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으로선 감독기관에 강력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 출신을 선호한다. 힘 있는 전직 관료가 와야 방패막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산하기관 33곳을 거느린 국토교통부는 연중 낙하산 인사 잔치를 벌인다. 4급 이상 고위직만 해도 국토부에서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공무원은 해마다 2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회장·이사장·원장 자리를 꿰차고 2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 퇴직 후 돈방석에 앉는 것이다.



다른 부처도 다르지 않다. 에너지 공기업을 대거 거느리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총체적 원전 비리가 드러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을 내려보냈다.





방만경영 방패막이 … 억대 연봉 받아



 산하기관을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의 퇴직 관료가 피감독 기관으로 이동하는 낙하산 인사가 아무리 비판을 받아도 계속되는 것은 퇴직 후에도 이어지는 공무원 철밥통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직 공무원들은 산하기관에 마련된 퇴직관료 자리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방만경영이 이뤄져도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경영을 잘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 공기업은 방만경영의 수렁에 빠져든다. 느슨한 감독이 거듭되면서 2007년 말 249조3000억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이명박 정부 5년간 두 배인 493조원으로 불어나면서 국가채무를 추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가계부채와 함께 공공기관 부채를 예의주시한다”고 경고한 이유다.



 관료들은 반론을 편다. 오랜 공직생활로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고 공공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서 공공기관장의 역량을 잘 갖췄다는 주장이다. 일부 공무원은 미국의 ‘회전문이론(Revolving Door Theory)’을 제시하며 당위론을 펴기도 한다. 정무직 고위 관료들이 퇴직해 금융·에너지·방위산업 같은 민간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공직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전파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관료 스스로는 “전문성·역량 충분” 반론



 하지만 이런 논리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에서는 공기업이라고 부를 만한 곳 자체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일본의 경우에 가깝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전관예우 차원에서 퇴직 공무원의 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이 크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정부부처에서는 인사가 있을 때마다 퇴직 관료의 자리 찾아주기가 진행된다. 퇴임할 때 자리를 찾아주지 못했을 때는 집에서 쉬고 있어도 뒤를 봐주는 게 현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각 부처에 두세 명씩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 같은 민간 분야라도 정부가 인허가와 감독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가지 못하는 자리는 없다.



 이런 시각에 대해 정부는 오직 능력으로만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을 통해 제시한 목표를 9월까지 달성하지 못한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은 곳에 대해선 기관장 임명 당시 임원추천위원과 주무부처 장관, 청와대 인사 관계자 명단을 공개하도록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최선욱 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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