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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집에 가라" 불 끄는 교육감

중앙일보 2014.01.17 02:30 종합 13면 지면보기
15일 오후 7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서울 사직동 서울시교육청 청사 불이 모두 꺼졌다. [김기환 기자]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10분 후 소등할 예정이니 퇴근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용린의 '칼퇴근' 실험
"밥상머리서 인성교육 시작 … 교육청 먼저 모범 보이자"
6시 퇴근벨 울리고 전체 소등
야근 하려면 결재 받아야



 수요일이던 지난 15일 오후 6시 10분, 서울 사직동 서울시교육청 청사에선 이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무실 곳곳에선 서둘러 업무를 마무리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후 6시20분이 되자 시설팀 직원들이 각 층을 돌며 전등을 끄기 시작했다. 오후 6시 30분, 11층짜리 교육청 청사는 온통 깜깜해졌다. 이런 광경은 수요일이던 8일과 금요일이던 10일에도 벌어졌다. 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매주 수·금요일을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가정의 날’로 정하고, 직원들을 ‘강제로’ 퇴근시키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기업에서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도록 권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주 2회나 강제하다시피 하는 곳은 드물다.



 지난해 말 시교육청이 직원 5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열 명 중 여섯 명이 “평일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한 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직장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42%에 그쳤다. 시교육청이 부랴부랴 ‘실험’에 나선 까닭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인 문용린(67) 교육감은 “도덕을 정규 교과로 편성한 나라는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일부 국가뿐이다. 인성은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 길러야 한다”며 직원들의 조기 귀가를 독려했다.



 하지만 야근이 익숙한 직원들은 처음엔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오후 4시20분, 6시, 6시10분 등 세 차례 조기 퇴근을 안내하는 방송을 내보낸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엘리베이터 전원까지 내린다. 청사를 나서고선 귀가하지 않고 삼삼오오 인근에서 회식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가정의 날 오후 6시 이후엔 청사 주차장에서 직원 차량을 모두 빼도록 했다.



 불가피하게 야근하는 직원은 그날 오전 미리 문 교육감에게 직접 결재를 받아야 한다. 지난 15일에는 고교 학생 배정을 앞둔 학교지원과 6명과 공무원 인사평가 마감을 앞둔 인사팀 4명이 사전 결재를 받고 야근했다. 결재는 해주되 야근이 잦은 부서의 책임자는 문책하겠다는 경고도 함께 전달됐다.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달라진 가족관계를 경험했다며 반색이다. 백승혁(34) 공보담당관실 주무관은 “맞벌이 부부인데 일찍 귀가해 애를 봐주니 아내가 좋아하더라”고 했다. 이혜영(45·여) 행정관리관실 주무관은 “야근이 잦아 고2 딸과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일주일에 두 차례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딸이 어떤 진로를 꿈꾸는지 모르다 이번에 도서관 업무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헌정보학과에 대해 설명해 주고 관련 봉사활동을 함께 찾아봤다. 주말에 도서관도 함께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박오수(경영학) 교수는 “구글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도 ‘가정이 편안해야 직원 생산성이 높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조직원의 자율과 책임의식을 키워줄 때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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