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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포스코맨 권오준 "먹고살 건 기술뿐"

중앙일보 2014.01.17 00:55 종합 2면 지면보기
포스코 회장 후보자로 선임된 권오준 사장이 16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나서고 있다. 권 후보자는 3월 14일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김성룡 기자]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이 사라져서였을까. 16일 오후 2시5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권오준(64) 포스코 사장은 매우 밝아 보였다. 그는 최종 면접을 마치고 막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기 회장 후보 선정 …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연구원 출신 CEO

 -축하드립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면접 어떻게 보셨어요?



 “어휴 힘들었죠. 면접 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포스코의 새로운 수장이 세상에 처음 존재감을 알린 것치고는 소박한 대화였다. 권 사장은 포스코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 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이날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그는 최소 3년간 재계 순위 6위의 거대 그룹을 이끌게 된다.





후보추천위서 만장일치로 정해



 일종의 반전이자 이변이다. 권 사장은 당초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준양(66) 현 회장의 고교 후배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포스코 등기이사도 아니었고 기술인력이었던 터라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일 기회도 드물었다. 하지만 때를 만나자 제대로 빛을 발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4일 있었던 승계카운슬(Council·협의회)의 1차 회의 때부터였다. 그러고는 하룻밤 사이에 중요 후보로 급부상해 압축된 5인의 후보에 포함되더니 결국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논란조차 없었다. 이날 CEO후보추천위원회 위원 6명은 만장일치로 권 사장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의 그의 공약이 추천위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승계카운슬 멤버 겸 추천위원인 한준호(69) 삼천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에 계셨던 분이라 처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면접을 해보니 철강의 근원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과 마케팅을 접목해 포스코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하더라. 철강의 경쟁력을 먼저 높이고 그 다음에 에너지 분야를 키우겠다는 복안도 있었다.”



 후보 선정 작업을 총괄 지휘한 이영선(67) 포스코 이사회 의장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영어로 질문을 해봤는데 유창하게 답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답변도 훌륭했다. ‘포스코에 긴급한(urgent) 문제와 중요한(important) 문제가 있는데 두 가지를 시차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라고 질문했더니 ‘긴급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급한 단기 과제를 먼저 해결하고 순차적으로 중요한 장기 과제를 계획을 세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세계 철강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족 모임에서도 “회장이 누가 되든 앞으로 포스코가 30년을 먹고살 것은 기술밖에 없다”며 “기술 기반의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동생인 권오용 효성 고문은 전했다.



 사내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권 사장은 기술자고 전문가다. 지금 포스코가 그저그런 철강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판다고 해서 많이 팔리겠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넥스 공법 개발 일등공신



 권 사장은 포스코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금속공학자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윈저대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금속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6년 포스코의 전문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했다. 그는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특히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권 사장은 포스코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철광석을 고체화하지 않고 가루 상태 그대로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기술)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 기술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라 정치권과의 연관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실적 부진, 기강 해이 해결 급해



 권 사장은 이날 오후 늦게 공식 소감을 발표했다. 그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회장 후보로 선정해 주신 이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 전 임직원의 힘을 모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이끌어 우리 국민이 자랑하는 기업, 국가 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하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적 부진과 기강 해이 등으로 위상이 추락한 ‘국민기업’엔 손대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다. 눈앞에 닥친 과제는 역시 실적 개선이다. 2008년 7조원을 넘어섰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3조원대로 추락한 이래 3조~5조원 사이에 갇혀 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원대까지 추락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어발처럼 늘어난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 5년 동안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만 3조원을 투입하는 등 총 5조원을 인수합병에 쏟아부었다.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포스코는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사고가 터지고 있다. 그가 민영화 이후 임기를 제대로 마친 회장이 한 명도 없다는 불명예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글=박진석·김현예·조혜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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