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2004년 북과 대화 중에도 북한인권법 통과

중앙일보 2014.01.17 00:47 종합 5면 지면보기
북한인권법안이 정국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야 대립구도는 여전하다. 북한의 인권 상황 감시(새누리당 안)와 인도적 지원(민주당 안) 중 무엇이 우선일까. 10년 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과정이 해법 마련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인권 논의, 당파도 정세도 초월
"북, 당시 인권특사 임명 비난했지만
지금은 한국 안 만나도 킹 특사 만나"



 미국 정치권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루머처럼 떠돌던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이 1995년 북한 대홍수로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구호활동을 위해 북한을 찾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구체적 실상을 증언했고, 이에 미국 의회는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이때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가 한창 탄력을 받는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공화당 의원들이 주도했고,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당시 법안에는 탈북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난민 지위 확보를 돕는다는 내용 외에 북한 주민들이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이 명시됐다. 외부 세계의 정보를 북한에 전파하기 위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지원하는 내용,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듬해 6자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 등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마련됐다. 그런데도 미 의회는 2012년 북한인권법에 양당의 정치인 제임스 릴리(공화당·1928~2009)와 스티븐 솔라즈(민주당·1940~2010)의 이름을 붙여 연장안을 마련했다. 주중·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릴리와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을 지낸 솔라즈는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집중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은 북한인권법이 인류 보편의 가치 수호를 위한 초당적 협력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조정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시사하는 것은 인권에 대해선 당파도, 정세도 초월한 합의된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왔다는 점과 북한 인권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다룰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당시 북한은 미국의 인권특사 임명을 비판했지만, 지금 보면 북한이 우리와는 대화를 안 해도 로버트 킹 특사와는 대화를 하지 않느냐”며 “지금까지 보수 진영은 인권 유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만 강조했고, 진보 진영은 주민들이 먹고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선이란 입장을 고수했지만 미국 인권법을 보면 건설적 비판과 투명한 지원을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대북정책에서 국회의 역할이 제한적, 수동적이었으나 이번 북한인권법 논의를 국회의 ‘저(低)발전’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쪽에선 이념성향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이 발족했다. 그간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은 보수 성향이 주를 이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60여 개 단체가 가입한 이 모임엔 신자유주의에 반대 해 온 ‘사회민주주의연대’(대표 주대환)가 참여했다. 주 대표는 “다른 동네(진보)에서 왔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인권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인권법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는 “지금 이쪽 동네, 저쪽 동네 따질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유지혜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