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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87년 체제 청산해야 대결 정치 끝나"

중앙일보 2014.01.17 00:40 종합 10면 지면보기
민주당 손학규(사진) 상임고문이 16일 ‘87년 헌정체제’의 청산을 공개 주장했다.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신년 대토론회 기조연설에서다. 87년 체제란 1987년 1노(노태우 전 대통령) 3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이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제 ▶소선거구제 등을 중심으로 한 헌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구축된 정치·사회체제를 말한다.


싱크탱크 신년 토론회

 손 고문은 연설에서 “한국 정치의 과제는 분열을 해소하고 정치적 대결주의를 혁파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치적 대결주의는 승자 독식의 정치구조를 만든 87년 체제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고 경제발전으로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양당제에 기초한 대통령 중심제로는 더 이상 정치 안정을 이룰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87년 체제의 극복 없이는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인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손 고문은 87년 체제의 청산을 위한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손 고문은 “사회적 갈등과 균열이 정당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될 때 사회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며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계층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보장해 주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도 좋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란 지역구 의원에 대한 투표와는 별개로 정당에 대한 지지를 물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비례대표 후보들을 권역별로 내고 권역별로 정당 투표를 하게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이 호남에서도 비례대표 의원을 낼 수 있고 민주당 역시 영남에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소수 정당의 경우 지역구 당선자 없이도 권역별 의원을 배출할 수 있어 지역구도를 허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손 고문은 “국회에서 어느 한 정당도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게 되면서 대통령은 여소야대로 인한 난국 상황을 피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기 위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결선투표제까지 도입하면 그 권한이 국회에 의해 상당 부분 견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째로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주장했다. 손 고문은 “헌법 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개편할 때 합의적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 이미 개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헌은 결코 서둘러선 안 될 일”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의원내각제가 좋을지, 분권형 대통령제가 좋을지, 분권형으로 간다면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은 어떻게 나눌지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신년하례회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을 언급했다. 손 고문은 “새로운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을 올려놓는 유혹에 빠질 것”이라면서 “현실론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가 전날 호남 인사들을 위주로 지방선거용 당직 개편을 한 데 대해서도 “안철수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단지 호남 민심을 회복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손 고문은 19일 미국으로 출국해 2월 초까지 스탠퍼드대 등에서 ‘한반도 주변정세와 남북관계, 통합의 정치’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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