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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사기'대표 구속됐는데 남은 직원 버젓이 사무실서 영업

중앙일보 2014.01.17 00:28 종합 13면 지면보기
16일 오후 2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 W빌딩 2층. ‘나눔포럼OOO’ 간판이 달린 사무실 안에선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과 주부 등 20~30명이 크루즈 여행 설명회를 듣고 있었다. “220만원을 내고 동호회원으로 가입하고 다른 회원들을 끌어오면 순서에 따라 최고 2억원과 벤츠 승용차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수 회원에게는 크루즈 여행을 시켜주겠다고도 했다.


크루즈 여행 투자 2056명 속여
"경찰이 문제 만든다" 되레 반발

 3시간 전인 오전 11시 서울 금천경찰서가 크루즈 여행을 미끼로 생활이 어려운 노년층과 주부 등을 상대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업체 관계자 26명을 사법처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사무실 문 앞에서 출입을 막던 한 남성은 되레 “경찰이 멀쩡한 곳에서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토했다.



 문학태 금천서 지능팀장은 “일부 피해자는 사기를 당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이 정상적인 투자를 망치고 있다고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업체 대표가 구속된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크루즈 여행업에 투자하라고 속여 2056명에게서 12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이 업체 대표 이모(5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임직원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울산·춘천 등 전국에 6개 지점을 만들어 매일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220만원에서, 많게는 5500만원을 투자했다. 주변의 친지들도 이 단체에 가입하도록 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과 주부들이다. 노후를 앞둔 이들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했다. 전업주부인 원모씨는 “무료로 노인들의 숙식을 해결해 주고 용돈까지 주는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회사 측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사업설명회에 잠입해 수사를 한 경찰 관계자는 “처음엔 황당했지만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생계가 어려운 이들은 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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