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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판 울지마 톤즈 … 남수단 대표팀 감독에 임흥세

중앙일보 2014.01.17 00:24 종합 24면 지면보기
14일 남수단 주바 소재 축구협회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감독 취임식에서 임흥세 감독(오른쪽)이 알레이 샤부르(48) 남수단축구협회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사진 임흥세 감독]
스포츠가 발산하는 힘은 때로 상상을 초월한다. 내전으로 몸살을 앓던 코트디부아르는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직후 “전쟁을 중단하고 온 국민이 함께 대표팀을 응원해 달라”는 자국 축구스타 디디에 드로그바(36·갈라타사라이)의 간곡한 요청에 정부군과 반군이 1주일간 휴전했다.


축구 통해 에이즈 퇴치 운동 해 와
"내전 겪는 청소년에게 희망 전파"

 최근 반정부 쿠데타가 발생한 아프리카 최빈국 남수단에도 ‘스포츠의 힘으로 사회를 하나로 모으자’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한국인들이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남수단 체육부는 축구를 통해 에이즈 퇴치 운동을 벌여온 임흥세(58) 풋볼액트29 감독을 자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축구를 보급하며 보여준 순수한 열정과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한 결과다. 14일 수도 주바에 위치한 축구협회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임 감독은 여자대표팀, 청소년대표팀 및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까지 도맡을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넘게 대표팀 사령탑으로 봉사한 이성제(45) 감독이 현지에 합류해 지원한다.



 임 감독은 남수단에서 각종 체육단체 창립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축구협회와 태권도협회를 만들었고, 올해는 배구·양궁·농구 등도 협회 창립을 준비 중이다. 5개 이상의 체육단체를 만들고 이를 활성화해 남수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식 가맹국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IOC의 지원을 통해 전쟁과 가난에 찌든 남수단 어린이들이 스포츠를 통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기 위해서다. 임 감독은 “남수단은 북수단과의 오랜 전쟁으로 청소년이 전 국민의 80%를 차지할 정도”라면서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지난해 위암 치료차 귀국했다가 요양 대신 국내 체육 관련 단체를 줄줄이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남수단 태권도협회에 태권도복 200벌과 매트·지원금 등을 보내줬고, 국기원은 사범 파견을 준비 중이다. 대한축구협회 또한 남수단축구협회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직·간접적으로 돕기로 했다. 배구·농구·양궁협회 등도 국내에서 사용했던 물품들을 남수단으로 보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임 감독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남수단에서 한국은 ‘형제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에 병원과 학교를 세워 도움을 줬던 서양 선교사들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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