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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 천사 11년째 펄펄 끓는 사랑

중앙일보 2014.01.17 00:22 종합 14면 지면보기
11년째 해마다 이맘때 1200그릇의 곰국을 끓여와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이가 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서 고깃집을 경영하는 정연만(55·안심한우식육식당·사진)씨다.


고깃집 운영 대구 정연만씨
매년 1200그릇 이웃에 기부
"무료급식소 만드는 게 소망"

그는 2004년부터 매년 1월 소뼈를 10일간 직접 끓여 만든 곰국 1200인분(200㎏)을 들고 사회복지기관 등지를 찾고 있다. 정씨의 곰국은 종이팩 1개에 4인분이 얼려져 있다. 돈으로 계산하면 종이팩 1개는 1만원 정도. 매년 300만원을 10년째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곰국 천사’로 불리는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곰국을 들고 나타났다. 이달 초부터 지난 8일까지 곰국이 담긴 종이팩 100여 개씩을 대구시 자원봉사센터와 북구 칠성2동 주민센터, 수성구 만촌1동 주민센터에 각각 건넸다.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면서다.



 16일 정씨에게 곰국 나눔의 계기를 물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고기는 제게 곧 행복과 같은 것이었죠. 그 기억이 남아 있고, 고기가 행복인 이들이 아직도 있을 것 같아 이웃에게 고깃국인 ‘곰국’을 나누게 된 겁니다.”



 사실 그가 매년 200㎏이나 되는 국을 혼자 끓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지체장애 6급)가 있어서다. 어릴 때 고기 써는 법을 배우면서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 일부가 절단됐다. 왼손 역시 신경이 마비돼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렇지만 곰국만큼은 “정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직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는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정씨에게 곰국 나눔의 고마움을 표하며, 대구시장 표창장을 수여했다.



 곰국 천사는 올해부터 곰국 나눔을 두 차례로 늘릴 생각이다. 7월께에 한 번 더 곰국을 건네겠다는 것이다. 이때는 이웃을 식당 마당으로 직접 초청해 ‘작은 고깃국 잔치’를 열 계획이다. 이때를 위해 돈도 조금씩 모으고 있다.



 그에겐 작은 소망이 있다.



 “누구나 찾아와 고깃국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무료급식소를 한번 만드는 겁니다. 더 여유가 있다면 불고기까지 마음껏 구워먹을 수 있는 행복한 급식소, 뭐 그런 곳 말입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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