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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출법안 속 '위안부 사과' … 일본 한 방 먹인 알박기 외교

중앙일보 2014.01.17 00:16 종합 16면 지면보기
마이크 혼다(左), 스티브 이스라엘(右)
한국 외교가 워싱턴에서 일본 아베 정권에 ‘알박기 외교’로 한 방을 먹였다.


하원 친한파 의원 2명이 주도
예산안에 포함 되돌리기 힘들어

 미 연방 하원은 15일 오후(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2014년 통합 세출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속에는 하원에서 2007년 7월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을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에 독려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제7장 국무부 해외업무 세출법안 합동해설서 중 아시아·태평양 부분에 ‘세출위는 2007년 7월 30일 하원의 위안부결의안 통과를 주목하며, 국무장관이 이 결의안에 제기된 사안 을 일본 정부로 하여금 해결하도록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법조문이 아닌 만큼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세출법에 명시돼 있는 만큼 미 국무부가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 정부에는 사과를 하라고 압박하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는 게 주미 한국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비록 법안에 부속된 형태긴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정식 법안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돼 의회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과정이 절묘하다. 주역은 2007년 당시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미 연방 하원의원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와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등 두 명의 친한파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예산 전쟁으로 미 정치권이 혼란스러울 때 국무부 세출법안 보고서에 위안부 문제를 조용히 포함시켰다. 그 뒤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쟁으로 17년 만에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 보고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셧다운 사태가 해결되고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이 보고서는 생명을 얻었다. 게다가 또 다른 셧다운을 막기 위해선 속전속결식 처리를 해야 해 의회는 부처별 예산을 한데 뭉뚱그려 통합법안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15일 나온 것이다.



 문제는 허를 찔린 일본 측의 대응이다. 하원에서 통과된 통합 세출법안은 연방 상원까지 통과한 뒤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의 로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혼다 의원 측은 상원에서도 그대로 처리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위안부 부분을 삭제하려면 국무부 세출법안 자체를 다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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