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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셔야 되는 분께

중앙일보 2014.01.17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혜 민
스님
참으로 고맙게도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이 내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이제는 친한 도반처럼 지내는 박찬호 선수나, 최근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시간을 같이 보냈던 추신수 선수와의 좋은 인연을 봐도 그런 것 같다. 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손연재 선수나 이용대 선수, 이상화 선수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참 감사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도와줄 일은 없는지 찾게 된다. 평생 책과 씨름을 하며 살아온 나 같은 학승의 입장에서 보면 운동하시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며칠 전에 태릉선수촌에 가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올림픽을 앞둔 우리 선수들에게 마음이 안정되는 말, 응원의 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움의 말들을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강연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좀 고민이 되었다. 그냥 흔한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나 “경기를 즐겨라”라고 하는 말은 식상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좀 고민하다가 아래의 이야기를 선수들과 함께 나누었는데,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서 고민하시는 분들께 적게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글로 옮겨본다.



우선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건 눈에 띄게 도약하고 성장을 하려면 고난과 역경을 만나게 된다. 내 삶 속의 고난과 역경은 비록 괴롭고 힘들지만 또 그것들이 있어야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변화의 요인이 된다. 그래서 지금 좀 어려운 고난에 처해 있거나 노력의 과정이 너무 길고 외로워서 고통스럽다면, 지금 이 과정 때문에 내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나 같은 경우 대학원에서 성적을 잘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사실은 크게 실력이 향상되었다. 만약 성적만 잘 받으려고 했다면 그 어려운 수업을 듣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실력 역시 그리 크게 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하는 연습을 실제 경기처럼 열심히 긴장해서 하고, 반대로 실제 경기는 연습 경기처럼 마음의 힘을 빼고 임하는 것이 좋다. 사실 실제 경기에 나가서 자기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심적 부담 때문에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시험을 봐서 합격을 해야 하는 경우나 오디션에 나가서 본인의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경우도 사실 똑같다. 실제 상황에서 긴장 풀고 즐기면서 하기 위해서는 연습할 때 실제처럼 긴장을 하면서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에 나갔을 땐 연습 때보다 요행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지 말고, 연습 때만큼만 잘하자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임하면 좋을 것 같다.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혼자 살 때 여러 명의 수행자와 함께 사는 것처럼 하고, 여러 명의 수행자와 함께 살 때는 혼자 사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조언이 있는데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덧붙여 배짱의 한마디가 필요하다. 내가 느끼는 열등한 부분에 대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한번 외쳐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만 나가면 떠는 나에게 “그래 나 좀 긴장한다.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키가 좀 작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집 좀 가난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렇게 인정해버리고 나면 살짝 분한 마음이 올라오면서 그 열등한 요소를 치고 올라가려는 용기가 나오게 된다. 열등한 부분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인정해버리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해 버리면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도 모르는 내면의 힘이 나온다. 화두에 집중해서 수행하시는 스님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분심, 억울한 마음이 있어야 추진력이 생겨 내가 정한 한계를 극복하고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다른 경쟁자들이 잘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저 사람 성적이 나빠야 내가 잘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실수해라, 실수해라’ 바라면 내가 컨트롤할 수도 없는 상대방의 점수나 경기 결과에 내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반대로 상대가 잘되길 바라면 상대가 잘하든 못하든 내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게 되고, 지금 내가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나 자신, 바로 지금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스케이트를 한 발 한 발 어떻게 딛는지, 눈앞의 공을 어떻게 치는지만 집중하자. 중요한 순간일수록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긍정적 심리상태로 마음을 두자. 이 간단한 몇 가지 조언들이 부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 본다.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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