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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청년 백수 … 문제도 답도 결국 자신에게 있다

중앙일보 2014.01.17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형, 저 삼성 가려면 이제 어떡해야 돼요?”



 그제 대학 4학년인 후배가 물었다. 문과생으로 해외 마케팅을 하고 싶은 친구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날 오후부터 대학가는 크게 술렁였다고 한다. 자격증·봉사활동·해외연수 등 비(非)실용적인 스펙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삼성그룹의 대졸 채용 전형 개편안을 듣고 나서다.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선 “공모전 입상도 없고 인턴 경험도 없는 경우엔 불리한 것 아니냐” “학장이나 총장 추천을 받으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이 ‘과잉 스펙’을 줄이는 방향으로 채용 개편안을 발표할 때 통계청은 지난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39.7%에 그쳤다고 공개했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추락한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40%대는 유지했다고 하니 사상 최악의 구직난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청년실업 해결은 어느새 국가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청년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마치 공장에서 찍어 나온 듯 3.5점 이상의 학점, 850점 이상의 토익점수만 바라본다. 심지어 해외 연수와 봉사활동도 엇비슷한 곳에서, 기간도 1년씩 모두 똑같다.



 그런데 이 같은 ‘붕어빵 스펙’은 정작 기업의 요구사항과는 ‘미스 매치(불일치 현상)’다. 한 취업포털 조사 결과 인사담당자 10명 중 9명은 “학벌·학점·토익점수 등 ‘스펙 8종 세트’가 지나치게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토익 950점에 미국 어학연수 경험자이지만 대차대조표를 못 읽는 학생이 마케팅·회계 업무에 지원한다면 당신은 받아주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탈(脫)스펙’을 기반으로 한 삼성의 채용 혁신은 분명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이미 삼성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서도 스펙 좋은 지원자 대신 창업 경험이 있고 미리 해당 분야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지원자를 고르고 있다. 토익 점수 10점을 더 받자고 되풀이해 시험을 보고, 학점 0.1점을 올리려고 재수강도 마다하지 않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젠 청년들 스스로도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취업을 준비해선 안 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신문과 책을 읽고, 공모전에 참여하고, 인턴도 경험하고, 학점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과목을 골라 수강하는 ‘준비된 인재’만이 취업에 성공하도록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청년들이 입학에서 졸업까지 토익과 상식 책만 끼고 살도록 내버려둘 셈인가.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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