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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체육계, 뼈를 깎고 거듭나야

중앙일보 2014.01.17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겸임교수
아버지와 딸·아들 등 온 가족이 협회의 임원·선수·감독 등 주요 직위를 나눠 맡았다. 한 단체는 대회 개최 명목으로 받은 국고 보조금을 횡령했고, 부당한 판정시비로 고통을 받은 학부모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상황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아닌 우리나라 체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8월부터 4개월간 실시한 2099개 체육단체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조치내용을 발표했다. 문제가 적발된 대한야구협회·배구협회 등 10개 경기단체 19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337건 비리에 대해서는 횡령액 환수 등 조치를 시행했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국민을 울고 웃게 하고,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며,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맨십·협동심·자기극복 등 스포츠의 가치는 곧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국민들 또한 스포츠를 체험하고 관람함으로써 이러한 가치를 체득하게 된다. 15일 발표된 감사결과는 스포츠의 기본 가치인 공정성이 일부 체육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실 체육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한두 해의 일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주요 기치로 세운 박근혜 정부 들어 체육계의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는 정부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체육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체육단체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했고, 10월에는 체육단체 지배구조 개선, 부정임원 및 단체 영구퇴출, 심판 평가 및 퇴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체육이 쌓아온 성과가 많은데 체육계 전체를 부정의 온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고, 개혁의 주체가 되었어야 할 체육단체들이 개선 방침에 반발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반발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한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인데, 오랜 시간에 걸쳐 자리 잡은 물줄기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 어찌 쉬울까. 따라서 그간 감추어져 있던 잘못된 관행을 양성화하고 개혁을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개혁을 촉발한 사태들이 일부에 국한된 문제라 할지라도, 작은 종양이 몸 전체로 퍼져 수술로도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렵더라도 미리부터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첫걸음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개혁의 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임원임기 제한 등 제도개선을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가 체육계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었고, 앞으로 상시적인 개혁을 위해 스포츠 공정위원회 설립도 추진한다고 하니 기본틀과 방향은 제대로 제시된 셈이다. 본격적인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에 발맞춘 체육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개혁이 요구될 때 억울함을 호소하며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앞장서 투명해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신뢰와 정부의 지원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연초가 되면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여러 가지 결심을 한다. 2014년 초 대한민국 체육계는 국민 앞에 자신의 치부를 내보이며 개혁의 결심을 제시했다. 이 노력이 결실을 맺어 대한민국 체육이 진정한 국민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가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할 것이다.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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