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북 주민 자유·생활 향상 돕는 인권법을

중앙일보 2014.01.17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지난해 말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측근들 처형을 계기로 북한 인권이 공론화되고 있다. 북한 권부의 2인자가 저럴진대 기층 주민은 어떻겠느냐는 반응과 더불어 북한 인권 문제에 더 이상 눈감아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쌓이고 있다.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의 공포 정치 아래서 벌어지는 기본적 자유권 유린에 이제 적극 개입할 때가 됐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민주당의 북한인권민생법 제정 방침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나 정치권의 대북 인권정책은 체계적이지도, 포괄적이지도 못했다. 이산가족·탈북자·국군포로·북한 영유아 등 특정 사안에 초점을 맞춰 왔다. 정책도 정권마다 달라 일관성이 없었다. 남남 갈등으로 북한 인권 증진에 관한 법을 만들지 못하다 보니 평화적 개입의 근거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권을 축으로 동독에 대해 압박과 지원을 병행한 서독 정부와는 딴판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대북 인권정책도 국제사회의 흐름과 큰 괴리가 생겼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의 북한 인권 결의는 2003년 이래 매년 채택돼 왔다. 결의안에 대한 찬성국은 늘고 있고, 지난해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설립됐다. 북한의 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북한은 유엔 결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고, 외형상이나마 형법 등을 개정했다. 미국 의회는 2004년 예산 지원과 북한 인권대사 임명을 명기한 북한 인권법을 제정한 이래 두 차례 재승인했다. 일본도 2006년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초점을 맞춘 북한인권법을 만들었다. 국가별로 북한 인권법의 지향점에 차이가 있지만 공통분모는 보편적 인권의 개선이다. 북한 문제의 최대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 인권 증진과 평화적 개입의 법적 틀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동독의 인권 개선에 가장 기여한 것은 국제사회가 아닌 서독의 실용적 인권정책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상황, 국제사회 움직임, 국내 여론을 감안하면 지금이 북한인권 증진법을 만들 적기다. 문제는 방향이다. 새누리당 제출 법안들은 자유권 개선 중심이다. 북한 인권대사·인권재단·인권기록보존소 설치가 들어 있다. 반면에 민주당 법안들은 대북 지원을 통한 생존권 향상이 초점이다. 북한 인권법의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각론은 다르다.



 향후 법안 심의가 시작될 경우 험로가 예상되지만, 여야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보고서에서 드러나듯 북한 인권 논의에서 자유권과 식량·건강권을 비롯한 사회권이 두 개의 핵심 축이 된 지는 오래다. 자유의 증진과 생활 향상의 두 축이 굴러가야 인권이 신장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여야가 이 원점에 서면 보편적 인권의 가치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융합된다. 북한 당국에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고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살 수 있고 남북관계도 진전시킬 수 있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 북한 인권정책의 기본 틀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