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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 타는데 뭐, 나는야 봅슬레이 올림픽 대표

중앙일보 2014.01.17 00:03 Week& 4면 지면보기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봅슬레이가 열렸던 경기장은 지금 일반인 체험장이 됐다.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등 올림픽 썰매 종목을 타보려는 사람이 하루 100명이 넘는다. 작은 사진은 체험에 나선 기자가 탄 봅슬레이가 10번째 커브 구간을 시속 124㎞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캐나다 휘슬러(Whistler)는 전 세계 스키어의 로망이다. 스키장 슬로프만 300개가 넘는다. 그러나 휘슬러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만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치른 뒤 휘슬러는 올림픽 시설을 전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지금 휘슬러에 가면 누구나 봅슬레이·루지·바이애슬론 등 올림픽 종목을 체험할 수 있다. 장담하는데,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올림픽 종목 체험 프로그램 여는 캐나다 휘슬러



휘슬러 스키장을 찾은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상급자 코스를 내려가기 전 코스를 점검하고 있다


봅슬레이 타는 할머니·할아버지들



캐나다로 떠나기 전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에서 전화가 왔다. “봅슬레이 체험하시겠어요?” “봅슬레이요? 내가 유재석도 아니고….”



거절하는 데 1초도 안 걸렸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봅슬레이에 도전했던 출연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졌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휘슬러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흔들렸다. 봅슬레이 체험장에 할아버지·할머니가 보이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해서 어르신들을 유심히 지켜보니 진짜로 손자와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서 용기를 얻었다.



두 장짜리 신청서에는 ‘사고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순간 멈칫했지만, 태연한 척했다. 신청서를 제출하자 약 10분간 안전교육이 이어졌다.



“여러분 대부분이 봅슬레이는 처음일 테니 맨 앞자리에는 선수 출신 파일럿(pilot)이 타서 봅슬레이를 조종할 겁니다. 만약에 봅슬레이가 뒤집히면 머리를 숙이고 파일럿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체험용 봅슬레이는 선수용과 겉모양은 똑같고 안쪽만 조금 다르다. 선수용은 속이 완전히 비어 있지만, 체험용은 손잡이용 케이블이 설치돼 있다. 원심력으로 튕겨 나갈 수 있으므로 두 손으로 잡고 버티라고 설치한 안전장치다.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는 사격도 직접 해볼 수 있다
교육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출발선으로 올라갔다. 체험용 봅슬레이 스타트 라인은 2010년 올림픽 당시 여자 루지 종목의 스타트 라인이었다. 코스 길이가 1198m였고 커브가 10개 있었다. 고도차는 약 100m로, 최대속도가 시속 120㎞가 넘는다고 했다. 순간 중력가속도(G포스)는 최대 4까지 올라간단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은 3.5 정도면 기절할 수 있다. 서울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의 G포스가 2다. 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파일럿과 체험자 3명이 자리를 잡자, 직원이 봅슬레이를 힘껏 밀었다. 약 10m의 직선코스를 지나자 그때부터 모든 것이 ‘찰나’였다. 좌회전이다 싶으면 갑자기 우회전했다. 몸이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반복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있는 힘껏 케이블을 잡았다. 살아야 했다.



한순간 몸이 90도로 기울어졌을 때는 몸이 튕겨 나가는 것 같았다. 마지막 10번째 커브에 진입한 것이었다. 약 50m에 이르는 이 곡선 주로의 이름이 선더버드(thunderbird), 천둥새다. 번개처럼 순식간에 지나갔고, 입에서 “어-어-” 단말마가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나중에 확인하니 이때 순간 최대속도가 시속 124.35㎞였다.



10번째 커브를 빠져나오자 오르막 직선 주로가 결승선까지 이어졌다. 출발 전에 파일럿이 “결승선에 도착하면 두 손을 들고 환호성을 질러라”고 했지만, 우리 팀 3명은 모두 정신을 놓았는지 그냥 결승선을 통과했다. 41초53. 이날 경험한 10개팀 중에서 둘째로 빨랐다.



봅슬레이에서 내려 완주 기념사진을 찍자 파일럿 매트(Matt)가 말했다. “루지와 스켈레톤도 한번 체험해 보시죠?” “아니오. 무사히 집에 가고 싶어요.” 인생 최대의 스릴 넘치는 체험이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우고 있는 캐나다 초등학생들.


눈 좋고 슬로프 다양 … 지겨울 틈이 없네



휘슬러의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은 2010년 올림픽 당시 스키 종목이 열렸던 장소다. 그 시설 그대로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봅슬레이를 경험한 다음에는, 상급자용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봅슬레이 이후, 모든 게 만만해지고 말았다.



밴쿠버 올림픽 캐나다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여성 스키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반나절 동안 초보자~중급자~상급자로 이어지는 코스를 내달렸다. 휘슬러 슬로프는 역시 세계 최고였다. 자연설인 설질(雪質)도 좋았고, 슬로프가 다양해 지겨울 새가 없었다.



놀랍게도 슬로프에 안전펜스가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스키 가이드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전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키어가 자기 수준에 맞게 슬로프를 골라야 하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대기 시간 없이 계속 스키를 타다 보니 나중에는 힘이 부쳤다. 워낙 코스가 길어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슬로프 중간중간에서 쉬어야 했다. 다리에 힘도 풀렸다. 스키를 타는 게 난생 처음 노역(勞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은 바이애슬론을 경험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올림픽 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알파인 스키와 전혀 다르게 생겼다. 플레이트 폭이 5㎝ 정도로 좁고, 바닥이 무척 미끄럽다. 초보자는 넘어지기 일쑤였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우는 사람 대부분은 캐나다의 초등학생이었다. 올림픽 시설을 개방한 덕분에 캐나다에서는 어린이도 올림픽 종목을 경험하고 있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운 뒤에는 사격에 도전했다. 사격은 올림픽 방식과 똑같이 진행됐다. 5발을 쏴서 50m 떨어진 표적지의 검은색 원 5개를 맞혀야 했다. 가늠쇠 두 개 안에 원이 들어올 때 방아쇠를 당겼다. 제대한 지 너무 오래됐을까. 세 발만 명중했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여행정보=인천공항에서 캐나다 밴쿠버까지 매일 직항편이 운항한다. 12시간 정도 걸린다. 밴쿠버에서 휘슬러까지는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다.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의 체험 프로그램 비용은 강습시간에 따라 다양하다.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이 169캐나다달러(약 17만원), 크로스컨트리 스키만 배우면 45캐나다달러(약 5만원)부터. 바이애슬론 체험은 최대 144캐나다달러(약 15만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관광청(helloBC.co.kr), 02-777-1977. 주한 캐나다 관광청(keepexploring.kr), 02-733-7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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