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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한발짝씩 들어가니 단추 하나둘씩 풀리네요

중앙일보 2014.01.17 00:03 Week& 2면 지면보기
우리나라 관광 동굴 1호인 경북 울진 성류굴. 동굴 생성물이 화려하다.


1월도 중순에 접어들자 추위가 몰아닥쳤다. 지난 9일 서울 기온은 영하 10도, 체감온도는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면서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혹한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에 겨울은 너무 길다. 추위에 맞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week&은 피한(避寒) 여행지로 동굴을 골랐다. 전국의 동굴 중에서 경북 울진 성류굴과 삼척 대이동굴지대를 다녀왔다. 피서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굴은 겨울이 더 좋다. 한겨울에도 동굴 안은 10도 이상을 유지한다. 입장하기 전에 꼭꼭 채웠던 단추 몇 개는 풀어야 한다.

겨울에도 10도 이상 … 바람소리도 멎은 울진·삼척 동굴



강원도 삼척 환선굴 입구까지 오르는 모노레일
화려함 으뜸 울진 성류굴



강릉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울진에 닿는다. 왕피천으로 향하다 보면 절벽 중간쯤에 뻥 뚫린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한 동굴로 손꼽히는 경북 울진군 성류굴이다.



옛 사람들도 안이 훤히 보이는 구멍에 호기심을 품었다. 성류굴이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기록은 고려 학자 이곡(1298~1351)의 『관동유기』다. 지금으로 치면 이곡은 전국을 유람하며 글을 썼던 여행작가다. 『관동유기』는 성류굴을 포함한 관동지역의 명소를 둘러보고 감상을 남긴 책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굴탐사기로 불린다.



성류굴은 우리나라 관광동굴 1호다. 196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67년 관광을 목적으로 개방됐다. 국민 대부분이 일생에 한두 번 여행을 갔던 시절, 신비한 동굴의 문이 열렸다는 소식은 금세 전국에 퍼졌다. 그때 성류굴의 별명이 ‘지하 금강산’이었다.



석순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성류굴.


낮은 동굴 입구를 오리걸음으로 통과하면 2억5000만 년 전 지구와 조우한다. 순간 안경에 김이 서린다. 서늘했던 목덜미에 따뜻한 바람이 느껴질 만큼 동굴 내부는 훈훈하다. 바깥 세계는 흐르는 물조차 얼어붙는데, 동굴 안에는 진득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저 물방울에 녹아 만들어진 동굴 생성물이 동굴을 한 가득 채운다. 종처럼 매달린 종유석,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 자리에 자라난 석순,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기둥이 된 석주는 기본이다.



왕피천과 통하는 연못 5개, 광장 12개로 이루어진 동굴은 미로 궁전 같은 모양새다. 희고 붉고 거뭇한 동굴의 색감이 다채롭게 빛난다. 예전에는 번쩍거리는 조명을 달았지만, 2008년 호주 출신 동굴 전문가에게 자문을 해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성류굴은 석순이 군데군데 물에 잠겨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심이 30m 이상인 곳도 있다. 빙하기 이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았다는 지질학적 증거다.



“많은 비가 내린 뒤 침전물이 가라앉으면 동굴수(洞窟水)가 깨끗해집니다. 그때 동굴 호수를 관찰하면 석순도 보이고 물고기까지 관찰할 수 있지요.” 성류굴사무소 김명중(57) 소장이 자랑하기에 바쁘다. 사람의 발길을 허락한 지 반세기 가까이 된 성류굴에 아직도 박쥐가 서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쥐를 보고 겁을 먹고는 입장료를 환불해달라고 한 사람도 있어요. 운이 좋은지도 모르는 거죠.”



겨울에도 입장객이 꾸준하다. 한 해 입장하는 20만 명 중에서 4만 명 정도가 11월부터 2월 사이에 몰린다. 제철을 맞아 살이 오른 울진대게도 먹고, 바깥보다 따뜻한 성류굴을 구경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 산 30 성류굴관리사무소 054-789-5400.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위)동양 최대 석회 동굴인 환선굴.

(아래)대금굴의 명물 비룡폭포. 수원은 비밀에 싸여 있다.
동굴 메카 삼척의 동굴들



강원도 삼척시 덕항산(1071m)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동굴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대이리’라는 지역 이름을 따 대이동굴지대로 부른다. 면적 6.6㎢에 이르는 대규모 석회동굴지대에 천연동굴 7개가 자리한다. 그중 대금굴과 환선굴에만 들어갈 수 있다.



환선굴 입구는 해발 500m에 위치해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입구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모노레일을 타면 7분 만에 주파한다. 동양 최대 석회동굴답게 규모가 압도적이다. 고래 배 속 같이 널찍하고 웅장하다. 전체 길이만 6.2㎞에 이르는데 1.6㎞ 정도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 걸린 온도계의 수은주는 8도를 가리켰다. 굴 안으로 파고들수록 조금씩 기온이 올라갔다. 97년부터 관람객을 받기 시작해 지난해 누적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겨울 별미 울진대게.
2007년 개방된 대금굴은 환선굴과 붙어 있지만 생김새나 운영방식은 사뭇 다르다. 입장객 제한이 없는 환선굴과 달리 대금굴은 하루 720명으로 제한한다. 해설사 6명이 돌아가면서 관람객을 인솔한다.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활굴(活屈)인 대금굴을 보존하기 위한 방편이다.



해발 415m에 위치한 동굴까지는 모노레일만 들어갈 수 있다. 경사가 급해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스릴이 넘친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30분 간격으로 15회, 나머지 기간에는 18회 운영한다. 한 번에 40명까지 탈 수 있다. 인터넷 예약은 필수다. 매달 1일 다음달 좌석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모노레일에서 내리자마자 높은 곳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옆 사람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전 수신기와 이어폰을 끼고 설명을 들으니 비룡폭포 소리란다. 8m 높이에서 콸콸 쏟아지는 폭포에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대금굴의 명물이 바로 이 물이다. 1.6㎞ 길이 동굴에서 800m 남짓이 개방돼 있는데, 어디서든 물소리가 들린다. 수원(水源)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대금굴을 발견한 단서도 이 물이었다. 지하수가 다량 유출되자 대이동굴지대에 또 다른 석회동굴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나왔다. 삼척시의 발굴작업 끝에 2003년 대금굴은 5억3000만 년 동안 닫혔던 문을 열었다. 동굴에 물이 넘치면 입장을 제한한다. 지난해에는 네 차례 관람을 막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부지런히 좇으며 지나칠 수 있었던 생성물을 꼼꼼히 확인했다. 황금을 뜻하는 ‘대금’이라는 이름답게 유난히 희고 빛나는 생성물이 싱싱해 보였다. 바깥 세상보다 동굴 안 세상은 아름답고 섬세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189 대이동굴관리소 033-541-7600. 모노레일 포함 대금굴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6000원. samcheok.mainticket.co.kr. 환선굴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모노레일 이용료 왕복 어른 7000원 어린이 4000원.



글=양보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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