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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남쪽으로 튀어? 땅속으로 튀어!

중앙일보 2014.01.17 00:03 Week& 1면 지면보기
2007년 개방된 강원도 삼척 대금굴. 5억3000만 년 전 만들어진 석회 동굴이다. 종유석과 석순은 한 해 0.2㎜씩 자란다. 시간이 만든 장관이다.


나는 동굴이로소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 안으로 들어와 봤을 것이오. 50대 이상인 사람은 경북 울진에 있는 성류굴이나 강원도 영월의 고씨동굴로 수학여행을 갔을 터이고, 1980∼90년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으면 만장굴은 필수 코스였겠지요. 관광 버스 타고 우르르 들어왔다가 우르르 나갔던 그 시절을 기억하오?

남쪽 나라 못잖게 따뜻한 동굴 여행



그 시절 내 인기는 대단했소. 74년 7월 18일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피서철 고씨동굴 주변에 얼마나 사람이 몰렸는지 알 수 있소. 당시 영월에 있던 여관 11개, 여인숙 30개가 꽉꽉 들어차 민박을 해야 했는데 민박도 모자라 마루에서 합숙을 해야 할 판이었다오. 성류굴은 89년 한 해에만 80만4000여 명이 찾아오기도 했소.



하지만 화려한 날은 가버렸소. 지금은 사람들 발걸음이 뜸해져 서운할 뿐이오. 신혼여행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학여행까지 해외로 나가는 판이니 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그래도 나는 동굴 전성시대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오. 등 떠밀려 다니는 단체 여행으로는 나를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오. 요즘 들어 삼삼오오 찾아온 가족 여행객이 많아지는 건 그나마 반가운 일이오.



겨울에 웬 동굴 여행이냐고 되묻는 사람들에게 일러두고 싶소. 동굴 안은 1년 내내 기온이 10~15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오. 그래서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거요. 더 깊숙이 들어오면 20도까지 오르는 곳도 있소. 절로 두꺼운 외투를 벗게 되니 일부러 겨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오. 땀이 날 때도 있소. 말 그대로 피한(避寒) 여행인 것이오.



대한민국은 동굴의 나라이오. 남한에만 동굴이 1000개가 넘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연동굴도 27개나 된다오. 그중에서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건 관광 동굴로 개발된 9곳뿐이오. 성류굴이 67년 처음 개방됐고 74년 고씨굴이 뒤를 이었소. 2010년 개방한 평창의 백룡동굴까지 9개 동굴만 사람을 받고 있다오.



동굴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건 행운이라오. 산악지형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동굴을 볼 수 없다오. 한반도는 적도 부근에서 산호와 조개껍데기가 퇴적된 심해의 땅이 지각변동을 거치며 북상하고 융기해 드러난 육지라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소. 석회암은 이산화탄소가 녹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소. 수만 년에 걸쳐 빗물과 지하수가 암석에 스며들어 구멍을 뚫고 갖가지 신비스러운 모양새를 빚어낸 게 바로 석회 동굴이라오. 놀랍지 않소?



자, 이래도 동굴을 안다고 생각하시오? 억겁의 세월을 품고 있는 동굴을 한 번에 다 본다는 건 욕심이라오. 추운 겨울에도 내가 따뜻하게 맞아줄 터이니 어서 찾아와 찬찬히 둘러보시게나.



글=양보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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