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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귀중한 후수(後手) - 34

중앙일보 2014.01.17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 ○김지석 9단 ●판윈러 4단



제3보(26~37)=26~34까지의 전개 과정은 ‘바둑’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흑은 백진을 갈라 백△ 두 점을 고립시켰습니다. 기세로 볼 때 백이 밀린 느낌이지만 김지석 9단은 태연한 표정으로 26으로 끊고 28로 씌우고 있습니다. 백△ 쪽은 버린다는 것이지요. 33으로 막아 흑 집이 커졌습니다. 게다가 백은 34로 한 수 지켜야 합니다. 한데 이 부근의 변화는 이래서 호각이라는 겁니다. 얼핏 백이 망한 것 같은데 왜 호각일까요.



 백은 A의 두드림을 선수로 둘 수 있고 B로 넘는 끝내기 맛도 남겨두고 있지요. 흑 집이 커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지요. 사람의 관상처럼 바둑의 상(相)에도 겉모습과 다른 이면이 존재합니다. 지금이 그런 경우지요. 또 하나, 34를 보시지요. 박영훈 9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수는 절대의 한 수에 해당합니다. 후수인 데다 아주 작아 보이는데 왜 그리 귀중할까요. 사실은 바로 이런 대목에 바둑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백이 손 빼고 둔다면 ‘참고도’ 백1이 가장 크겠지요. 하지만 흑2의 한방이 너무 아픈 곳입니다. 이 한 수로 백은 미생마가 되고 C나 D 등을 노림 받게 되지요. 그러니 ‘참고도’ 흑2를 당했을 때의 통증은 바둑 실력에 비례한다 할 수 있습니다. 초반전이 조용히 흘러가는데 판윈러 4단의 37이 시선을 확 잡아끕니다. 젊음의 패기보다 오버페이스 느낌이 짙은데, 이 빈틈을 응징하는 백의 다음 한 수는 과연 어디일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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