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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기차놀이' 안 통하네요

중앙일보 2014.01.17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국내 증시가 영 무덤덤하다. 미국 증시가 고공비행을 계속해도, 일본 증시가 갑자기 크게 떨어져도 반응이 없다.


선진국 고공비행에도 무덤덤 왜
미국, 수입 줄이고 제조업 육성
수출 의존 높은 한국에 불리해져
시장선 "내수 살아나야 오를 것"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16일에도 코스피지수는 소폭(0.21%) 반등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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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따로 가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은 지난해부터 뚜렷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증시(S&P500)가 29.6%, 일본(닛케이225)이 56.7% 오를 때 코스피는 제자리걸음(0.7%)을 했다. 과거 선진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한 ▶1992년(11%) ▶1994년(19%) ▶2010년(22%)의 코스피 상승률과는 확연한 차이다.



 올해도 선진국에 기대어 동반 상승을 바라긴 쉽지 않은 여건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의 설명이다. 우선 선진국 경기 회복의 ‘낙수효과 ’가 이전보다 크게 약해졌다. 과거 선진국 경기가 회복돼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오르고 소비가 늘면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급속히 좋아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 회복→소비 증가→신흥국 수출 확대→신흥국 경기 회복’의 연결고리가 약화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과거처럼 돈을 빌려 소비하고 막대한 무역적자를 내는 대신 수입을 줄이고 제조업을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어찌 보면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에는 중요한 ‘성장동력’ 하나가 약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셰일가스 개발과 활용으로 미국의 제조업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신흥국의 노동비용은 올라가고 있다”며 “예전같이 선진국 경기가 신흥국 경기를 이끌고 가는 ‘기차놀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낙수효과’의 빛은 갈수록 바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늘더라도 수혜를 입을 업종이 휴대전화와 자동차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경기 회복은 우리 증시에 ‘양날의 칼’이다. 미국의 경기가 좋아질 수록 양적완화 축소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흥시장에 뿌려졌던 달러가 본국으로 ‘U턴’하면서 증시는 물론 금리·환율에 연쇄 충격이 올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5년간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2011년 한 해만 제외하고는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왔다. 2012년 16조7000억원, 지난해 5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을 제외한 국내 투자자들이 꾸준히 증시에서 돈을 빼갔음에도 그나마 지수가 횡보라도 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외국인이 받쳐준 덕이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돈을 빼간 브라질·터키·인도네시아에선 지난해 주가가 추락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소현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져 있는 탓에 조그만 충격에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기대는 선진국 증시보다는 정부의 ‘내수 회복’ 의지로 향하고 있다. 증시 부진의 근본 원인이 수출보다는 좀체 살아나지 않는 투자와 소비에 있기 때문이다. 신영자산운용 허남권 자산운용본부장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50일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두 배, 현대차 주가는 네 배가 올랐지만 지수는 여전히 제자리”라면서 “수출 대형주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리긴 어려운 만큼 내수기업 등 다른 부문이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도 “정권 2년차는 정부의 힘이 가장 강력해지는 시기”라면서 “현재까지 발표된 정책 방향으로는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같은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조민근·이한길 기자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한 나라의 경제와 세계 경제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따로 움직이는 현상. 서구 증시는 상승하는데 아시아 증시는 하락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를 설명하는 용어로도 많이 쓰였다. 일본(56.72%), 미국 S&P500(29.6%) 등 선진국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와 테이퍼링 우려, 내수 침체 등으로 코스피는 0.72% 상승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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