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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마다 다른 맛 … 이태원발 수제맥주 바람, 매니어들은 신난다

중앙일보 2014.01.17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수제 맥주 전문점 ‘더 부스’에서 한 여성이 맥주를 따르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내 맥주시장이 삼국지를 예고하고 있다면 수제 맥주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한국 맥주는 맛이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용’이라거나 ‘맛도 없고 선택권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파고들며 수제 맥주 판매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제 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서로 다른 주조법을 적용해 만든다. 대기업에서 다량 생산하는 맥주와 달리 발효 방식이나 재료 조합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2000년대 초반 월드컵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확대됐던 ‘하우스 맥주’가 바로 수제 맥주다. 그러나 이들은 높은 주세율과 까다로운 맥주 제조시설 허가기준 때문에 대부분 꽃을 피우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침체됐던 수제 맥주 시장은 3~4년 전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에서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호가든을 제외하고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라거맥주 일색인 국내 맥주 시장에서 에일(상면발효) 맥주를 들고 나온 수제 맥주 가게들이 등장한 것이다. 같은 에일 맥주라도 호프와 맥아의 함량과 효모 사용, 발효시점 등을 달리해 다양한 풍미를 내는 맥주들이 나왔다. 가격도 한 잔에 5000~8000원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포문을 연 것은 ‘크래프트웍스 탭하우스’다. 평소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던 캐나다인 댄 브룬 사장이 운영하는 이곳은 맥주에 한국의 산 이름을 붙여 주목을 받았다. ‘지리산 반달곰 인디언 페일 에일’이나 ‘금강산 다크 에일’ ‘백두산 헤페바이젠’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 11월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 강남역에 2호점도 냈다. 2012년 4월 문을 연 ‘맥파이’는 과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페일 에일’과 몰트향이 강한 ‘쿠퍼’, 초콜릿향이 나는 ‘포터’를 판매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코노미스트지 기자 출신인 다니엘 튜더가 투자해 동료들과 함께 차린 ‘더 부스’도 ‘빌스 페일 에일’ 등 개성 있는 맥주로 맥주 매니어들의 입맛을 잡았다. 튜더는 “현재 경리단길을 비롯해 이태원역까지 개성 강한 수제 맥주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이 ‘크래프트 비어 골목’이 됐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 매니어도 늘고 있다. ‘비어포럼’같이 수제 맥주 판매점들을 소개하고 맥주 지식을 공유하는 동호회는 물론이고 ‘맥만동(맥주만들기 동호회)’처럼 홈 브루어링(가정 맥주 제조)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삼삼오오 모여 수제 맥줏집을 순례하는 ‘펍 크롤링(pub crawling)’도 유행이다.



 올해부터는 수제 맥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277만5000L 이상 대규모 양조장을 갖춘 곳에서만 일반 맥주 제조면허를 주던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7만5000L 크기의 양조장만 있으면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맥주 매니어들의 반응도 뜨겁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장은 “2002년부터 하우스 맥주들이 다양하게 생겨났으나 주세법 때문에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 자취를 감췄다”며 “최근 규제완화를 계기로 맥주 매니어나 하우스 맥주 제조 경험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채윤경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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