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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통신사, 유튜브 차단할 길 열리나

중앙일보 2014.01.16 00:31 종합 10면 지면보기
콘텐트의 유통을 제한할 수 없다는 ‘열린 인터넷’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법원 "과다 데이터 차별 가능"
통신망 사용료 더 물릴 수도
국내선 카톡 등 논란 커질 듯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통신사업자가 많은 데이터를 쓰는 기업에 대해 네트워크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2011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법원에 제소하면서 망 중립성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버라이즌은 인터넷 영화 대여업체 넷플릭스처럼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업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한 FCC의 ‘열린 인터넷’ 규칙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FCC는 망 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맞섰다. 하지만 미 법원은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줬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은 ‘열린 인터넷’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며 “통신사업자 버라이즌·AT&T·타임워너케이블이 넷플릭스·아마존은 물론 구글·유튜브·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에 더 많은 비용을 물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라면 KT가 네이버·카카오톡의 데이터 사용량이나 속도를 제한하거나 아예 사이트 접속을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최종 결론이 나기까진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 FCC는 판결이 나자마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막은 게 대표적인 예다. KT는 “스마트TV로 인해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다른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삼성은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현대차에 요금을 물리겠다는 셈”이라고 맞섰다. 논란이 거셌지만 방통위는 KT에 ‘경고’ 징계를 내리며 어정쩡하게 넘어갔다.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카카오가 ‘보이스톡’이라는 무선인터넷전화(모바일VoIP)를 내놓으며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내 업체들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결정은 통신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고속도로에 무임승차를 하는 일부 업체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국내 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망 중립성(Net Neutrality)=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원칙. 통신회사가 망 사용량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특정 기업에 많은 비용을 물리거나 접속을 막지 못하도록 했다. 나라마다 망 중립성을 인정하는 범위는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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