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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내려놓자, 그래야 리더십이 생긴다"

중앙일보 2014.01.15 00:37 종합 3면 지면보기
정진석 추기경의 인터뷰 답변은 깊고 간결했다. 그는 “예수님의 리더십은 죽는 거다. 욕심이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14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만난 정진석(83) 추기경은 건강해 보였다. 여든이 넘었지만 여전히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쓰고, 성경을 옮겨 쓰고, 묵상을 한다. 정 추기경은 2006년 2월 교황청으로부터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졌을 때를 기억했다.

정진석 추기경 중앙일보 인터뷰



 “교황청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정도 앞서 내게 통보가 왔다. 참 두렵더라. 어제 염수정 추기경도 두렵다고 했다. 당시 나도 같은 심정이었다. 첫 2~3일은 너무 떨렸다.”



 - 왜 떨리고 두려웠나.



 “내가 부족한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자격이 없는데’란 생각 때문에 참 두려웠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



 “기도했다. ‘저는 자격이 없는데 어떻게 저를 뽑으셨습니까’ 그걸 먼저 물었다. ‘자격이 없는 저를 선택하셨으니 이끌어주십시오. 그리고 힘도 주십시오’ 그렇게 기도했다.”



 정 추기경은 2006년 2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서울대교구장을 역임했다. 교구장직을 은퇴했지만 여전히 추기경이다.





나도 추기경 됐을 때 두려웠다



지난해 3월 교황청의 교황 취임 미사에서 정진석 추기경(왼쪽)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있다.
 - 추기경직 수행하면서 어땠나. 처음의 두려움이 달라져갔나.



 “어려운 과제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내 힘으로 푼 게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되더라. 하느님께서 나를 이끌어가시는구나. 그걸 체험하게 되더라. 그런 하느님의 신비를 느끼게 되더라.”



 - 그럼 두려움도 사그라지나.



 “그렇다. 나를 믿기보다 하느님을 더 믿게 되니까. 어떤 성과를 거둘 때 교만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더 하느님의 도구가 되더라. 그럴 때 두려움이 사그라졌다.”



 - 지난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으로 대립했다. 어떻게 보았나.



 “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다 선한 목적을 가지고 산다. 그런데 왜 갈등이 있을까. 본바탕은 선한데 왜 그럴까.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욕심의 충돌이다. 정작 본인은 그게 욕심인 줄 모른다. ‘이것이 선(善)이다, 이것이 정의다’라고 생각한다. 그건 인간의 착각이다. 국회의원들도 오면 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한다. 진심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활동할 때는 다르다. 왜 그럴까.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욕심끼리 싸우는 거다.”





선입관 없애야 상대방 진심 보여



 싸움이 많은 곳은 정치권뿐만 아니다. 노사 관계, 종교계, 작게는 가정에서도 싸움이 많다. 정 추기경은 그 이유도 “욕심과 오해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이렇다. “욕심이 뭔가. 선입관이다. 욕심의 장벽을 내려놓으면 선입관이 없어진다. 그럼 상대방의 진심이 보인다. 그럴 때 비로소 상대방이 이해되는 거다. 진심을 알아야 진정으로 이해가 된다.”



 - 대화와 타협이 어려운 이유는.



 “각자의 프리즘을 통해서 보기 때문이다. 그럼 상대방의 말이 굴절된다. 프리즘을 내려놓을 때 소통이 된다. 프리즘이 뭔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심이다.”



 - 예수는 유대인의 프리즘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 직전에도 ‘저들은 자신의 잘못을 모릅니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용서의 시선이 필요하지 않나.



 “바리사이파는 그토록 강한 선입관을 갖고 예수님을 쳤다. 그들도 바탕은 착하다. 그러나 선입관 때문에, 욕심 때문에 오해를 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예수님은 그걸 아니까 ‘용서해 주소서’라고 한 거다.”



 - 그게 예수의 리더십인가.



 “예수의 리더십, 그 핵심은 죽으신 거다. 죽고 부활하실 때 제자들이 믿었다.”



 - 무엇이 죽는 건가.



 “절대 놓을 수 없을 것 같던 욕심을 내려놓는 일. 그게 죽는 거다.”



 - 그렇게 죽은 뒤에는.



 “새로운 게 보인다. 리더십이 생긴다. ‘저 사람은 사심이 없어’라는 말을 들을 때 리더십에 힘이 실린다. 사장님은 우리 회사를 위했지, 자기 개인을 위한 사람이 아냐. 이걸 믿을 때 리더십에 힘이 붙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이 이런 거다.”



 - 욕심과 리더십의 관계가 흥미롭다.



 “욕심을 버려야 리더십이 산다. 예수님은 사심을 버렸다. 그걸 죽음으로써 우리에게 실감나게 보여주셨다.”



 그런 리더십을 체화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정 추기경은 그 방법이 바깥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내 안에 있는 사심만 놓으면 된다. 내 이익을 내려놓고 이야기하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물었다. 교황의 리더십에 대해 누구는 ‘좌파의 리더십’이라 하고, 또 누구는 ‘우파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정 추기경은 “좌다, 우다 하는 것도 우리의 사심이다. 교황은 그 너머에 있다. 완전히 사심이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건 사심을 초월한 분이다. 그래서 자유인이다. 내가 보는 교황님은 자유인이다.”



 - 어떠한 자유인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그 자유다. 진리에는 사심이 없다. 우리도 사심을 놓으면 자유로워진다.”





교황은 사심 초월, 남 눈치 안 봐



 -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가.



 “내가 느끼기에 지금 교황님은 상당한 경지에 가신 자유인이다. 그렇게 느껴진다. 언론에는 교황이 전통을 벗어나서 이상하다고 하는데, 전통을 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솔직하게 보여주시는 거다. 교황님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 무엇을 알면 그게 가능한가.



 “사심이 있으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렇게 못한다. 남의 평가를 초월한 거다. 교황은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 좌파는 교황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우파는 자기 편이라고 하든가 아니면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다.



 “보는 사람이 자신의 프리즘을 통해서 보는 거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 만났나.



 “지난해 3월 19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교황 취임 미사를 할 때 만났다. 교황 취임 미사였다. 그걸 교황님은 ‘교황 직무 수행 첫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그게 자유인이다. ”



 -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서 한마디 해 달라. 2014년 한국 사회에 무엇을 바라는지.



 “국민을 위해서 활동하는 분들은 특별히 사심을 버려 달라. 가정에서도 사심을 버려 달라. 그럼 나라가 발전하고 가정이 행복해진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은퇴 추기경=천주교 사제에게도 정년이 있다. 만 75세다. 현역 시절 정진석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을 맡았다. 정년이 되면 교구장직에서 은퇴한다. 75세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교황청에서 은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은퇴해도 추기경까지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추기경은 종신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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