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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넘어설 때 됐다" … "햇볕 수정이 웬 말이냐"

중앙일보 2014.01.15 00:27 종합 6면 지면보기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햇볕정책 수정론’ 때문에 야당 기류가 복잡해지고 있다.


'신햇볕정책' 민주당 후폭풍

 김 대표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햇볕정책이 시작될) 당시는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았다.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햇볕정책의 보완 내지는 수정을 거론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일종의 ‘리모델링’ 선언이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과 당 지지율 하락이란 이중 장애를 만난 민주당으로선 고육지책(苦肉之策)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대북정책이 더 이상 국론분열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으나 논란은 당내에서부터 생길 조짐이다. 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이라 대놓고 말하진 않고 있지만 불만을 표하는 의원들이 많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햇볕정책 문제는 대단히 예민한 사안이라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꺼내버린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신년 기자회견인 만큼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러서 민주당을 살릴지가 전면에 부각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486세대 의원은 “언젠가는 이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맞는가”라며 “마치 중도화 경쟁처럼 비춰지니 국민들은 정략적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 호남 의원은 “내용이 없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고, 박지원 의원은 전날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했느냐”고 반발했다.



 당 바깥에선 직설적 비판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출신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햇볕정책을 수정한다는데 뭘 수정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참여 정부에서 북한 핵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국제적 약속인 10·3 합의 등은 뭔가”라며 “핵이 만들어진 게 달라진 상황이라는 얘기는 초등학생 같은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신(新)햇볕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나올 경우 논란이 격화될 수 있다.



 반면 공감을 표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던 김동철 의원은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했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이지 북한이 아닌 만큼 과거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를 넘어설 때도 됐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등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변화를 모색하는 당 지도부의 노력에 칭찬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한정애 의원은 “어떤 정책이건 시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게 맞다”며 “벌써 20여 년이 지나면서 당시와 지금의 동북아 정세나 북한 내부 상황 등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해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지지했다.



 노무현 정부 출신의 한 초선 의원도 “개인적으론 햇볕정책의 골간과 가치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에선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햇볕정책 수정이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의 차원이라면 지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국민동행을 이끄는 정대철 고문은 김 대표가 거론한 대북정책의 수정에 대해 “방향에서는 잘 됐다고 본다”고 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햇볕정책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하는 햇볕정책 2.0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선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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