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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을 테마파크로 만들겠다" 에버랜드에 도전장

중앙일보 2014.01.15 00:27 종합 27면 지면보기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공기업도 기업”이라며 기업 마인드와 고객 서비스를 강조했다. [변선구 기자]
“경마장을 에버랜드와 경쟁하는 테마파크로 만들겠다.”


취임 한 달 현명관 마사회장
경마 전혀 몰랐으니 난 '낙하산'
고객 만족, 개혁에 올인 하겠다

 12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현명관(73) 신임 한국마사회장은 도전적인 비전을 내놓았다. 삼성물산 회장, 호텔신라 대표, 전경련 부회장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이기에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현 회장은 “서울 도심에서 40분이면 도착하고, 경마라는 콘텐트까지 있다. 서울경마공원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7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매일 헬스클럽에서 한 시간씩 운동하고 출근한다. 그는 “친구들 중 나만 현역이다. 큰 행운이지만 (전에 했던 일에 비해) 마사회장은 명예도, 보수도 큰 자리가 아니다. 또 내게는 마지막이 될 자리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혁신, 수익 확대, 경마 문화 선진화 등 그 앞에 놓인 과제는 많다. 그는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건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5일 그가 마사회장에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현 회장은 “조랑말이 유명한 제주도 출신이라는 것을 빼고는 마사회와 전혀 인연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친박(親朴) 원로인 현 회장이 마사회장을 맡게 되자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그는 “경마를 전혀 몰랐으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시원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도 기업이다. 사기업을 운영한 노하우를 심으라는 임명권자의 뜻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관리의 삼성’ 출신이다. 호텔신라에서 일할 땐 주요 고객이 즐겨 찾는 메뉴까지 직접 챙겼다. 전경련 부회장 시절에는 과감한 군살빼기를 통해 학술조직 같았던 전경련을 재계의 이해를 관철하는 ‘전투 조직’으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현 회장은 서비스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시작이자 끝이다. 백화점은 고객을 최고로 대한다. 마사회 직원이 일렬로 도열해 고객을 응대한 적 있었나”고 반문했다. 현 회장이 밀어붙이려 하는 기업 마인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과에 따라 처우도 다르게 할 계획이다. 그는 “좀 더 도전적인 조직이 되도록 구조를 바꾸고, 나이가 들면 자연히 연봉이 오르는 연공제도 없애겠다”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형식적인 간부 회의는 축소하고,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는 실무 회의는 직접 챙긴다. 보고용 자료 없이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진행한다.



 용산 장외마권발매소 이전 문제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용산에 새 장외발매소를 완공했지만 일부 주민의 ‘사행시설 반대’ 움직임에 부딪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현 회장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일을 추진한 마사회의 잘못이 크다. 회장 부임 직후 주민 대표와 만났다. 그들이 걱정하는 학습권·주거권 등에 대안을 제시했다. 장외발매소가 마사회의 시설이 아니라 주민들과 공동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며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밖에서는 많은 이들이 경마를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경마는 카지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행성이 작고 건전한 레저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에서 강조하는 관광·레저·스포츠 산업의 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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