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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보다 상금 수입 2배 … '스크린골프 지존' 김민수

중앙일보 2014.01.15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김민수가 골프전문채널 J골프의 스튜디오에서 스윙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민수는 “뒷바람과 딱딱한 페어웨이의 도움을 받아 450m를 날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프로 골퍼 김민수(볼빅·24)는 콧속까지 얼어붙게 하는 경기도 북부의 겨울 새벽 공기를 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기도 가평 썬힐 골프장에서 새벽별을 보고 살았다. 새벽 5시에 나가 캐디를 하고 밤에는 연습을 하면서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중1 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졌다. 그 후론 전지훈련은커녕 레슨도 받지 못했다. 중1 때 산 클럽을 체구가 훨씬 커진 고3 때까지 6년을 썼다.


캐디 출신 프로골퍼의 도전
필드 기회 줄자 스크린 투어 겸업
작년 4600만원 획득 … 유럽 진출 꿈

 그래도 꿈을 잃지 않았다. 또래 선수들이 태극기가 달린 모자를 쓰고 해외 주니어 대회에 나갈 때 김민수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클럽을 들고 썬힐 골프장의 페어웨이와 러프를 뛰어다녔다. 김민수는 “채를 집어던지고, 거리를 못 맞힌다고 호통을 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나도 잔디를 밟고 연습을 할 수 있었기에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민수는 또 “캐디 출신이란 것도 창피하지 않다. 똑같은 곳까지 올라갔다면 나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한 선수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잘한 게 아니냐”고 했다.



 김민수는 2008년 세미프로, 2009년 KPGA 정회원이 됐다. 2012년에는 1부 투어 시드를 땄다. 그런데도 캐디를 그만둘 수 없었다. 첫해 투어에서 번 상금이 1300만원밖에 안 됐다. 남자 골프 대회가 줄어든 데다 큰 대회들은 전년도 상위권 선수들만 나갈 수 있어 김민수 같은 신인에겐 기회가 별로 없었다.



 2013년 초 그는 스크린골프 투어에 처음 나갔다. 바로 1등을 했고 3개 대회에서 3053만원을 벌었다. 스크린 골프 대회가 만만한 건 아니다. 골프존 서승묘 홍보팀장은 “스크린 전문 아마추어들이 주름잡던 스크린 골프는 옛날 얘기다. 상금이 불어나면서 본선 참가자의 90%가 프로”라고 말했다. 김민수는 “나는 스크린 골프에서 주는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스크린 대회에서 번 돈으로 캐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크린 골프는 내 삶에 자유를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2013~2014 시즌, 김민수는 6개 스크린 대회에 나가 4600만원을 벌었다. 1등을 세 번, 2등을 두 번 했다. 2013년 KPGA 투어에서 번 돈의 2배다.



 김민수는 당연히 ‘스크린의 타이거 우즈’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해 코리언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 거리 2위(296.6야드), 그린 적중률 2위(80.8%), 평균 타수는 16위(71.23타)였다. 김민수는 좋은 기록을 세우고도 상금랭킹이 63위로 처진 이유를 “투어 경비가 빠듯해 상금을 따려고 지나치게 긴장한 게 나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스폰서도 얻었고 스크린 대회에서 번 ‘실탄’도 있다. 유러피언 투어 진출이 꿈인 김민수는 “미국보다 유럽 투어가 다양한 환경을 겪으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사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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