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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따윈 필요 없어

중앙일보 2014.01.15 00:22 종합 22면 지면보기
언니 엘사를 찾아 떠나는 안나의 여정에는 여름을 동경하는 눈사람 올라프, 얼음 장수 크리스토프, 그의 순록 스벤이 함께 한다. [사진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에 새 이정표가 탄생했다. ‘겨울왕국’(원제 ‘Frozen’,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은 우선 주옥같은 명곡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잇는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형적 결말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주 이야기를 펼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자기 운명 개척하는 두 공주
전형적 '순종 캐릭터' 뒤집어
주제곡 '렛 잇 고'도 매력적



 사이좋은 자매 엘사와 안나는 에렌델 왕국의 공주다. 언니 엘사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손을 뻗으면 원하는 곳에 눈을 내리게 하거나 얼음을 만드는 마법이다. 그러나 엘사의 능력은 점차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뜻하지 않게 동생 안나를 다치게 한다. 자신의 힘이 두려워진 엘사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외롭게 성장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성인이 된 엘사가 왕국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왕국 안에서 괴물 취급을 받느니, 산 속에서 홀로 자유롭게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뮤지컬 ‘위키드’의 이디나 멘젤이 엘사(왼쪽), 배우 크리스틴 벨이 안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공주 이야기는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 이래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상품이었다.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등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연 작품이다. 공주들의 활약은 ‘뮬란’(1998) 이후 한동안 맥이 끊기나 싶더니 사상 처음 흑인공주를 내세운 ‘공주와 개구리’(2010), 3D를 시도한 ‘라푼젤’(2011)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자매는 디즈니의 기존 공주들과 확연히 다르다. 엘사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가둬버린다. 그에게 떨어진 과업은 왕자를 만나 사랑을 이루는 게 아니라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다. 동생 안나 역시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언니 엘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유보한다.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삼았으되, 원작과는 내용이 좀 다르다. 눈의 여왕에게 붙잡혀 간 소년을 구출하는 소녀의 이야기였던 원작을 공주 자매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겨울왕국’의 노래 가운데 언니 엘사의 웅장한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는 엘사가 자신만의 성을 짓는 장면과 맞물려 감동을 선사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에서 초록 마녀 엘파바를 연기한 이디나 멘젤이 불러 더욱 화제가 된 노래다.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새로운 고전으로 꼽기에 손색없다.



 전형성을 넘어선 디즈니의 공주들은 이제 어디를 향하게 될까. ‘겨울왕국’은 그 다음 행보를 더욱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이은선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김형석 영화평론가) : 백마 탄 왕자와의 로맨스 없이, 오히려 더 견고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매력은 역대 최강. 원작자인 안데르센이 감사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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