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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 쇼핑몰 대만에만 무료배송 왜

중앙일보 2014.01.15 00:21 종합 21면 지면보기
연초부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네티즌 사이에 ‘통일’ 논쟁이 뜨겁다. 발단은 중국의 인터넷 오픈마켓인 타오바오(淘寶)가 무료 배송서비스 지역에 대만을 포함시키면서다. 타오바오는 구매자가 배송지로 ‘중국 대만성(臺灣省)’을 선택하면 무료 배송해주고 있다. 해외지역으로 대만을 선택하면 유료 배송이다. 타오바오에 참여한 대륙의 한 판매상은 상호를 ‘전국무료배송(全國包郵)’으로 바꾸면서까지 대만 공략에 나섰다. 싼값에 매료된 대만 네티즌 사이에 타오바오 열풍이 불었다.


다른 해외지역과 차별화 인기
중국선 "평화통일 길 찾았다"
대만선 "돈 몇 푼에 국격 버려"

 대만인의 타오바오 사랑은 2006년 시작됐다. 대만의 경제주간지 ‘상업주간’은 최근 수천만 개의 공급사슬과 저렴한 가격, 신뢰도로 무장한 타오바오에 가입한 대만 회원 수가 60만 명에 이르며 하루 1만 개의 소포가 대만으로 배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60만 명 중 열성회원 11%는 일주일에 16시간을 타오바오에서 쇼핑하는 데 할애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 네티즌이 8일 대만의 인터넷 토론방인 ‘피티티(批<8E22><8E22>)논단’에 “타오바오가 먼저 중국을 통일할 수 있을까?”란 글을 올렸다. 그 글은 “타오바오의 ‘대만 공습’ 이후 모든 대만인이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배송비와 수수료를 포함해도 대만 쇼핑몰보다 싼 제품이 대다수다. 타오바오가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보다 먼저 ‘화독점통(化獨漸統)’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화독점통이란 마 총통이 부친의 유골함에 새긴 문구로 대만 독립론을 약화시킨 뒤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룩한다는 국민당의 통일론이다.



 이어 논쟁에 불이 붙었다. 많은 대만 네티즌이 “물건 값 몇 푼에 ‘대만성’을 자처하는 것은 국격을 버리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물건을 국가가 구매해 발송하는 것 아니냐”며 ‘대륙의 음모’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타오바오가 중국 통일전선 공작의 첨병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타오바오 불매운동도 시작됐다. 하지만 “대만성을 선택한들 어떤가”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만독립’ ‘본토화’를 신줏단지처럼 여기는 정치세력들이 도리어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논쟁의 불꽃은 대륙으로도 번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무료 배송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수십 년 만에 비로소 평화통일의 길을 찾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대만성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예 제품을 발송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3일 ‘타오바오 통일론’ 기사를 게재하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5억91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네티즌 대군은 해당 기사를 웨이보를 통해 재전송하며 ‘통일론’ 확산에 일조했다.



 한 네티즌은 “마윈(馬雲·타오바오가 속한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중국을 통일하고 있다. 마잉주 당신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라는 글을 올렸다. “총리가 왜 그렇게 마윈에게 관심을 보였는지 알게 됐다”며 최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마윈 회장의 잦은 만남의 이유가 풀렸다는 글도 있었다.



 대륙의 대만 공습은 타오바오에 그치지 않는다. 대만 상업주간은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대만 방송국이 5시간에 걸쳐 생중계하고, 매회 346만 명이 시청한다고 보도했다.



 경희대 주재우(중국어학과) 교수는 “양안 간 통일 논쟁은 같은 분단국인 남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중국 경제에 종속돼가는 대만을 북한이 반면교사로 삼아 남북 경제교류에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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