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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내용 충실한 교과서 선택, 이념 따지는 건 소모적 논란"

중앙일보 2014.01.15 00:19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해 말 인천 초은고 학교운영위원회는 미래엔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선정했다. 이 학교 역사교사 3명이 자료의 충실성 등 자체 체크 항목을 만들어 8종 교과서를 평가해 보니 미래엔의 점수가 제일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는 8등이었다. 나일수 수석교사는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이념 성향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좌편향인지, 우편향인지를 따지기보다 내용의 충실성을 보고 교과서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역사 교사가 바라본 논쟁
여야·학자끼리 싸움 말고
현장 교사들 검수 참여해야

 이념 논란이 한창인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이념 성향보다는 내용의 충실성이 교과서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수업에서 교과서는 교사가 사용하는 참고 자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역사를 왜곡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개별 교과서가 취하고 있는 역사적 관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소모적인 이념 논란보다는 팩트의 오류가 있거나 내용이 부실한 교과서가 나오지 않도록 검수 과정을 엄격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정고 이두형(우리역사교육연구회 회장) 교사는 “좌편향이다, 우편향이다 하는 논쟁은 결국 정치권과 역사학자들끼리의 싸움”이라며 “현장에서 교과서를 판단하는 기준은 인용된 삽화나 연표·지도 등의 자료가 충분한지, 학생들이 보기에 편한지 등 내용의 충실성”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은혜고 공일영 역사교사도 “요즘엔 교과서만 갖고 수업을 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며 “학교 현장에선 다양한 참고 자료를 통해 역사를 재구성해 가르치기 때문에 교과서가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역사학자들이 중심이 돼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소모적인 얘기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새누리당의 국정교과서 전환 움직임에 대해 교사들은 반대 의견이 많았다. 전남 순천전자고 정경호 역사교사는 “선진국에선 검인정을 넘어 교과서 편찬을 자유화하기도 한다”며 “국정교과서 회귀는 역사의 퇴화”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대안으로 현재의 검인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보다 엄격한 검수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두형 교사는 “일부 경우 짜깁기 식으로 책을 만든 집필진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출판사가 검정 신청 전에 교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두고 검수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수도여고 이준순 교장은 “한쪽으로 이념이 편향돼 수업하는 일부 교사가 있는데 이런 행태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불성실한 역사수업 태도를 문제 삼았다. 서울 강남구 B고 2학년 김모(17)군은 “선생님이 칠판에 쓴 내용을 노트에 필기하는 게 전부”라며 “발표·토론 수업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현고 김홍선 역사교사는 “학생들이 재미있게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교사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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