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88 홍등 이번엔 끌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4.01.15 00:16 종합 16면 지면보기
동대문구청은 지난해 연말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청량리588’을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14일 성매매 업소들 사이로 재개발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변선구 기자]


미닫이문이 열리자 화장품 냄새가 새어 나왔다. 열린 문 사이로 검은색 노스페이스 백팩을 맨 20대 남성이 나왔다. 그는 올림머리를 한 여성과 목인사를 했다. 복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들른다”고 했다. 어둠이 내리자 길엔 네온사인이 켜졌다. 지난 6일 찾은 성매매 집결지 속칭 ‘청량리588’에선 60여 개 업소가 영업 중이었다. 재개발 소식에 대해 묻자 식당 주인 장모(62)씨는 “20년 전부터 듣던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어 “개발에 들어가봐야 아는 거지 쉽게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65층 주상복합 등 청사진
계획 확정에도 여론 회의적
20년간 갈등·백지화 반복돼



 동대문구청은 청량리588 일대가 포함된 ‘청량리 4재정비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축계획안’을 확정했다. 2019년까지 4개 동 규모의 최대 65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관광기능 지원 차원에서 약 295실의 숙박시설이 들어선다. 주거타워에는 총 1436가구가 입주한다. 토지 소유자와 일반분양 아파트 1372가구, 장기전세주택 총 64가구가 들어선다.



 하지만 현장에선 재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청량리588 재개발 계획은 1990년대 중반부터 흘러나왔다. 2010년에도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나왔지만 진척되지 못했다. 성매매 집결지와 성바오로 병원 등을 통합 개발하는 방안이 발표됐으나 병원과 상가지역 주민들이 개발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서울시는 분리 개발로 방향을 틀었고 지난해 말 개발 방안이 최종 확정됐다.



 앞서 재개발 계획이 발표된 다른 성매매 집결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2012년 전국 최초로 ‘별도조합형 결합개발방식’을 도입해 성북2 정비구역(성북동 226-106번지 일대)과 신월곡1구역(하월곡동 88-142 일대)을 각각 한옥마을과 역세권 복합주거단지로 개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거리가 3㎞ 떨어진 두 개의 정비구역을 하나로 통합해 용적률을 주고받는 방식을 통해 재개발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는 대표적인 집창촌인 속칭 ‘미아리 텍스사촌’이 2015년이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지역은 아직까지 착공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재개발 여부를 놓고 주민 간 찬·반 다툼이 있어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일러도 내년에야 철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에도 미아리 텍사스촌이 있는 신월곡1구역의 재개발 소식이 돌았지만 실제 공사로 이어지진 못했다.



 서울 3대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로 불렸던 용산역 앞은 2011년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철거됐지만 일부 구역만 공사를 시작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물 건너가면서 주춤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9년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면서 축소되기 시작한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는 현재 도시환경정비사업 예정지로만 분류돼 있는 상태다. 천호동 집결지도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는 있지만 사업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