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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입심에 친화력 검찰도 대변인이 뜬다

중앙일보 2014.01.15 00:14 종합 13면 지면보기
왼쪽부터 국민수, 김수남, 강찬우, 오세인, 윤갑근, 조은석.


새누리당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 민주당 당 대표를 지낸 박상천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대변인 출신이다. 1938년생 동갑내기로 서울대 법대에 이어 고시(사법과 13회)까지 동기다. 1990년대 초반 여야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박 전 의장은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등의 현란한 정치적 수사를 구사했다. 명석한 논리를 갖춘 박 전 의원도 촌철살인 논평으로 유명했다.

대검 부장 6명 중 4명 차지
서울고검장·중앙지검장도



 각종 범죄와 대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조직에서도 법무부와 대검의 대변인 자리는 선호 보직이다. 특히 지난해 말과 지난주 잇따라 발표된 검찰 정기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참모조직인 대검찰청에 무려 6명의 전·현직 대변인이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 6명 중 4명이 대변인 출신이다.



 특수통으로 꼽히는 강찬우(52·사법연수원 18기) 반부패부장은 2005~2006년 대검 홍보담당관을 지냈다. 당시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론스타 사건을 둘러싸고 국수주의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자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는 철저히 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잠재웠다.



 공안통인 오세인(49·18기) 공안부장은 2008년 대검 대변인을 지냈다. 공안기획관·기획조정부장 등 대검 근무만 9번째다. 2009년 대검 대변인이었던 조은석(49·19기) 형사부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 사건 수사 때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없는 것은 없는 대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갑근(50·19기) 강력부장은 서울중앙지검 공보관 역할인 3차장, 1차장을 역임했다. 차장급 인사로는 구본선(46·23기) 현 대변인과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조상철(45·23) 신임 공안기획관이다. 대검 간부 외에 서울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도 모두 대변인 출신이다. 국민수(51·16기) 서울고검장은 2002~2003년 대검 공보담당관, 김수남(55·16기) 서울중앙지검장은 2006년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을 지냈다.



 이처럼 대변인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한 검사는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을, 대검 공보관은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며 “특히 검찰 수뇌부 회의에 수시로 들어가 검찰청 상황과 수사 상황 등을 두루 알 수 있는 자리라서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매일매일 검찰과 관련된 언론 보도 내용을 체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업무를 하면서 조직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능력 발휘만 제대로 하면 좋은 보직을 꿰찰 수도 있다. 사법연수원 동기 가운데 입심이나 친화력이 좋고 두뇌 회전이 빠른 선두주자가 낙점되는 이유다. 술 실력도 고려 기준 중 하나다.



조은석 검사장은 “정치권의 대변인이 상대 당의 허점을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치고 들어가는 ‘공격수’라면 검찰 대변인은 수사에 방해가 안 되게 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수비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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