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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노는 공무원과 쓰러지는 공무원

중앙일보 2014.01.15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안전행정부는 9일 ‘2013 공무원 총조사 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2008년 이후 5년 만에 달라진 공직사회를 심도 있게 분석한 자료였다. 2013년 6월 말 기준 실제 공무원 숫자(휴직자 포함)가 100만6474명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보도자료 한쪽 귀퉁이에 보였다. 설명도 없이 작게 처리돼 자칫 놓칠 뻔했다. 궁금해서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올해도 경찰공무원 정원이 4000여 명 늘고, 사회복지직 정원도 1177명 는다는 거였다. 공무원 ‘법정 정원’마저도 올해를 기점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한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안행부는 ‘공무원 정원 100만 명 시대’가 도래한 사실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감추려 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 고위 간부는 “정원이 100만 명을 돌파하는 사실은 알았지만 100만 명이라는 상징적 숫자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어떻게 설명할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간부의 말처럼 공무원 정원이 왜 100만 명을 넘어야 했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건 문제다. 이래선 구조조정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대다수 국민이 유독 공무원 조직만 몸집을 계속 불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키울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 공무원 숫자가 아직 적다”는 안행부의 해명이 그럴 듯해 보여도 사회적 공감을 쉽게 얻지 못한다. 공직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방만하게 운영되는 행태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물론 치안·소방·복지 분야 등 과로로 쓰러지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상당수 중앙부처와 지자체에는 빈둥거리며 노는 공무원들이 수두룩한 것도 사실이다. 같은 공무원이라도 노동강도가 ‘극과 극’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5년짜리 정권마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과 사업을 단기간에 밀어붙이려면 그 분야의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원 중에 과잉인력이 없는지 따져 봐야 하는데도 이런 직무 분석은 외면하기 일쑤다.



 한양대 유재원(행정학) 교수는 “단임 정권의 필요에 의해 급하게 정원을 늘리면서도 공무원들의 저항을 의식해 남아도는 인력을 바쁜 직무에 재배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로 행정수요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공무원 직무 분석부터 다시 해야 한다. 중하위직도 공무원단 풀(Pool)을 만들어 인사를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8시간이 아닌 ‘4시간짜리 정규직 공무원’ 제도를 도입해 일을 나누는 실험도 검토해 볼 만하다.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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