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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없지만 … 김광석을 가장 잘 살려낸 뮤지컬

중앙일보 2014.01.15 00:05 강남통신 12면 지면보기
배우 이석준의 이 무대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오리지널은 뭐가 달라도 다를까요. 뮤지컬 맘마미아에 이어 저지보이스가 찾아옵니다. ‘Sherry’ ‘Can’t take my eyes off you’ 같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노래를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듣는다면 큰 감동을 받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너무 익숙해 지루할까요. 공연의 성공은 관객의 마음을 얼마나 녹이느냐에 달려 있겠죠. 초연작 프랑켄슈타인도 무대에 오릅니다. 초연작의 대표적인 무기는 신선함이겠지요. 초연의 신선함과 오리지널의 원숙함,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지난해 고(故) 김광석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 쏟아져나왔다. ‘디셈버’와 ‘그날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이 중 다른 두 작품보다 주목을 덜 받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디셈버’는 동방신기 출신 JYJ 김준수 출연, 스타 영화감독 장진 제작만으로 주목받았다. ‘그날들’ 역시 뮤지컬계 스타 유준상·오만석과 ‘김종욱 찾기’ 등으로 유명해진 장유정 작가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화제였다. 반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유명 배우나 제작자가 없는 그야말로 마이너 작품이다. 음악을 중시하는 어쿠스틱 뮤지컬을 표방하다보니 화려한 무대기술 등의 볼거리는 적다.



 그런데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숨겨진 보석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세 작품 중 다시 볼 작품을 고르라면 난 당연히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꼽겠다. 이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장 김광석스럽다, 다시 말해 음악을 완벽하게 살려냈다는 거였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배우나 공연 관계자들도 모두 이구동성이었다.



 이 작품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밴드 ‘바람’ 멤버들 이야기다. 꿈을 꾸던 이들이 현실적 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밴드를 접고 평범하게 살다가 10년만에 다시 모여 콘서트를 여는 내용이다. ‘나의 노래’ ‘그날들’ ‘부치지 않은 편지’ 등 김광석 노래 17곡을 만날 수 있다.



 김광석 노래로 만든 다른 작품의 문제는 노래를 극 상황에 억지로 끼워맞추거나 개사해서 원곡 매력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반면 이 작품은 “나, 이 노래 불러보고 싶다”며 대놓고 부른다. 주인공이 밴드라 가능한 설정이다. 거기다 노래 실력이 엄청나다. 무대 위에서 베이스·젬베·기타·피아노 등을 연주하는데 연주실력에 눈이 뒤집힐 정도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인디밴드 출신 통기타 가수 박창권씨를 내가 진행하는 ‘뮤지컬 이야기쇼’에 초대한 적이 있다. 조승우 등 수많은 유명 뮤지컬 배우가 거쳐갔지만 역대 공연 중 단연 1~2위로 꼽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이 작품은 김광석 고향인 대구에서 시작했다 입소문이 전해져 서울 대학로에 입성한, 한국 공연계 현실에서는 기적같은 작품이다. 서울 공연도 반응이 좋아 2주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02-6405-5005)에서 1월 26일까지. 한 가지 더. 출연배우 최승렬은 지난해 JTBC 히든싱어 시즌 2 ‘김광석’ 편에 출연해 최종 라운드까지 올랐다.



정리=조한대 기자



경력 19년차 배우. 공연계 마당발로 유명하다. 그가 2004년부터 진행한 국내 최초의 뮤지컬 토크쇼 ‘뮤지컬 이야기쇼’ 시즌 1은 100회 열렸다. 2011년 시즌 2 첫 회는 전석 매진됐고, 격주 월요일 오후 8시 대학로 쁘띠첼씨어터에서 열리고 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아이다’‘노틀담의 꼽추’ 연극 ‘썸걸즈’‘39계단’‘벚꽃동산’등 수 십여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방송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07년 배우 추상미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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