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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길거리 설문으로 알아 본 2013년 주요 뉴스

중앙일보 2014.01.15 00:05 강남통신 1면 지면보기


언론매체가 매일 쏟아내는 뉴스, 당신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각 언론과 뉴스 소비자가 같은 사건에 대해 과연 동일한 가치판단을 할까요. 길거리 설문을 통해 한번 알아봤습니다. 또 평소 뉴스를 어떤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는지에 따라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뉴스가 달라지는지 여부도 확인해 봤습니다. 신문·TV 등 전통적인 언론매체를 주로 보는 사람과,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해서만 뉴스를 보는 사람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국 뒤흔든 대화록 폐기·유출 사건, 시민은 관심 제로



‘사초(史草) 실종, 사실로 … 국가기록물 관리 시스템 도마 위’(조선일보),‘대화록 폐기·유출 의혹’(SBS),‘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유출 의혹 사건과 여야 공방’(연합뉴스)지난해말 국내 주요 언론이 꼽은 10대 뉴스엔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뉴스가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중앙일보는 연말에 10대 뉴스를 선정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 대화록 관련 사건은 발언 진위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에 이어 부실한 국가기록물 관리 시스템 문제, 그리고 불법 유출 의혹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지난 한해 내내 정국을 뒤흔들었다. 각 언론은 엄청난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렇다면 과연 신문 독자나 TV뉴스 시청자도 이 사건을 그만큼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을까. 답은 ‘노’(No)다.



江南通新은 지난 7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와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역 인근, 그리고 서울시청 앞 광장 네 군데서 같은 시간에 길거리 설문을 했다. 지난해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뉴스가 무엇인지, 또 평소 뉴스를 어떤 매체를 통해 소비하는지를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이 제공하는 뉴스와 언론 소비자가 체감하는 뉴스 사이의 간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평소 자주 찾아보는 언론매체별로 뉴스 중요도를 다르게 생각하는 지 여부도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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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들은 뉴스 vs 언론이 꼽은 뉴스



 전체 응답자 208명에게서 다양한 답이 나왔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국정원 댓글 사건’(36명)이나 ‘북한 장성택 숙청’(22명)처럼 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를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픽 참조> 그러나 각 언론이 모두 중요하다고 꼽았던 대화록 폐기·유출 의혹을 언급한 응답자는 없었다. ‘NLL 논란’을 꼽은 사람만 딱 한 명 있었을 뿐이다.



미국행 대한항공에 탔다 스튜어디스의 라면 서빙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던 포스코 왕상무 사건으로 불거진 ‘갑의 횡포’논란이나 북한 3차 핵실험, 전두환·노태우 전(前)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역시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뛰는 투수 류현진의 활약을 꼽은 사람(3명)이 더 많았다. 한국인은 유럽 등에 비해 외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80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필리핀 태풍 하이옌(3명)과 남아공 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서거(3명),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미국의 양적 완화(달러 풀기) 축소(3명) 등 외신을 꼽은 사람이 오히려 더 많았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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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언론학자들은 언론과 뉴스 수용자간, 그리고 지역간 차별성보다는 동질성에 더 주목했다. 거리를 오가는 성별과 연령대가 제각각인 네 지역에서 모두 같은 뉴스(국정원 사건, 장성택 숙청)를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는 건 단적으로 의제설정이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길거리 설문 모습. 김경록 기자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역시 언론이 중요하게 다룬 걸 시민들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신문·TV 등 전통적인 언론매체, 혹은 인터넷·모바일 등 새로운 언론매체 등 소비하는 매체가 확연히 다른 집단 모두 중요하게 꼽은 뉴스가 같다는 건 소비 매체가 달라도 결국 언론이 중요하다고 꼽은 걸 주요 뉴스로 인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위 두세 개 뉴스를 제외하고 지역별로 꼽은 뉴스가 다른 것은 지역차이라기보다 성별이나 연령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며 “표본수가 적다는 걸 감안하면 우연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시의성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박웅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미디어 심리학에 최신효과(recency effect), 즉 가장 최근에 얻은 정보를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장성택 숙청과 철도파업(21명)은 그런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잊혀진 사건이 돼버린 성추행 파문으로 경질된 윤창중 경질(16명)을 떠올린 사람이 많은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김기태 호남대 신방과 교수(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는 “제대로 풀지 못한 이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빨리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청 앞에서 만난 직장인 심모(31)씨는 윤창중 사건을 가장 중요한 뉴스로 꼽으면서 “언론이 항상 처음에 이슈될 때만 반짝 보도하고 후속 보도에 소홀하다”며 “나라 망신시킨 사건인 만큼 결과까지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이같은 거리 조사를 쇼핑몰 조사라고 한다”며 “응답자의 거주지를 묻지 않고 응답지점만 변수화한 게 이번 조사의 약점이지만 특정 공간을 오가는 시민의 공통 특징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이같은 비확률적 표집(우연적 표집)은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일정한 경향성, 즉 추세는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류현진의 활약을 정치·시사이슈 보다 더 중요하다고 꼽았다.
뉴스소비형태 따라 관심 뉴스 확연히 달라



 이번 길거리 조사에서 발견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사실 특정 뉴스가 상위에 랭크됐는지 여부보다는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 그리고 뉴스 자체에 대한 관심의 변화다.



 20~30대가 주로 많이 찾는 가로수길에선 응답자(총 53명) 네 명 중 세 명이 인터넷·모바일로만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이는 20~40%대인 다른 지역의 인터넷·모바일 소비 비중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들은 대부분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주요 포털 사이트가 올린 주요 뉴스나 검색어 상위 뉴스를 보거나 관심 기사만 검색해서 본다”고 답했다.



 연령대 탓인지, 아니면 뉴스 소비 패턴이 달라서인지 유독 가로수길 응답자 가운데 신문이나 TV뉴스 등 기존 언론매체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을 보이는 비율이 높았다. 한 응답자는 신문과 방송 모두 지난해 국정원 댓글 논란 기사를 많이 다뤘음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실시간으로 관련 내용이 뜨고 토론이 이뤄지는데 매스컴은 이를 전혀 노출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작 이 응답자는 신문이나 TV뉴스는 전혀 보지 않고 SNS로만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대치동에서 만난 몇명은 중앙일보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처음엔 “말하기 싫다”고 했는데, 이들이 꼽은 뉴스는 전부 국정원 사건이었다.



 대다수 언론학자들은 언론이 중요하게 다루면 대중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의제설정이론으로 이번 조사 결과를 해석했다. 그러나 거리에서 꼽은 뉴스 1위에 오른 국정원 사건 응답자를 자세히 분석하면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이 나온다. 바로 뉴스 소비 형태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뉴스가 확연히 갈린다는 점이다.



 시청 앞에서 만난 시민 43명 가운데 국정원 사건을 주요 뉴스로 꼽은 사람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뉴스 소비 형태를 보니 10명 전원이 주로 인터넷·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특히 40세 주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카톡 등 SNS로만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10명 중 6명은 인터넷·모바일 외에 신문과 TV뉴스는 전혀 보지 않았다. 나머지 4명만 신문·TV등을 인터넷과 함께 본다는 얘기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주부 37명 가운데 국정원 사건을 꼽은 사람은 모두 6명으로, 그 중 3명(50%)이 인터넷·모바일로만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이는 이 지역의 인터넷·모바일 소비 비중 22%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가로수길에서 국정원 사건을 꼽은 응답자 8명 중에도 SNS와 인터넷·모바일 외에 다른 매체를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은 딱 2명(TV)뿐이었다. 강남역 응답자(75명 중 12명)에게서도 똑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12명 가운데 두명만 인터넷이 아닌 신문과 TV뉴스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었다.



뉴스에 대한 관심 전반적으로 떨어져



 미디어 환경이 달라진 탓일까. 이번 조사 결과 정치 시사 이슈 등 전통적인 뉴스에 대한 관심도는 많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으로 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 가운데 거대 담론과 관계없는 사건사고나 연예인 소식을 자세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초에 터진 이승기·윤아 열애설을 비롯해 기성용 SNS 발언 파문, 타블로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출연, 박시후 성폭행 파문(각 1명) 등이다. 이는 인터넷·모바일 중에서도 특히 포털 의존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인터넷·모바일로만 뉴스를 본다는 대다수 응답자가 “포털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며 “포털사이트 맨 앞에 뜨는 뉴스 아니면 검색어 상위 뉴스만 본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관심 기사만 검색해서 본다”고 대답했다.



 그런가하면 직장인이 많은 강남역과 시청에서 만난 시민 중 뉴스를 아예 안본다는 응답 비중도 높았다. 강남역에선 전체 응답자(75명)의 5%인 4명이 뉴스를 전혀 안본다고 답했고, 시청 주변에선 43명 중 7명(16%)으로 비중이 더 높았다. 이 중엔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언론 보도 태도가 마음에 안들어 뉴스를 안본다는 사람도 있었다. 시청 앞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뉴스만 보면 화만 난다”며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평소 뉴스를 본다는 응답자 가운데서도 자신이 꼽은 뉴스의 정확한 내용을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무슨 뉴스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반응이었고, 주요 뉴스를 꼽기까지 2~3분의 시간이 걸렸다. 또 이렇게 답하면서도 대다수가 이름 등 고유명사는 기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장성택 숙청 사건의 경우 “왜 그, 고모부 죽인 거, 북한에”라는 식이었다. 채동욱 혼외 아들 사건(3명)과 관련해서도 “아들, 혼외 아들 있잖아, 그 안경 쓴 사람” 이 정도로만 기억했다. 반면 응답한 유학생 3명은 필리핀 태풍이나 오바마케어 등 외신을 주요 뉴스로 꼽으면서 정확한 내용까지 설명했다.



 예상보다 개개인이 처한 환경과 관련한 내용을 주요 뉴스로 꼽은 경우는 드물었다. 군대를 막 제대했다는 20대 남성이 취업 관련 기사, 간호학과 학생이 의료 민영화 논란을 떠올린 정도였다. 교육열이 높다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전업주부 가운데 교육 관련 뉴스를 꼽은 응답자는 없었다.



글·취재=메트로G팀 안혜리·성시윤·윤경희·김소엽·박형수·정현진·전민희·심영주·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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