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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우여 대표, 대통령 설득하는 집권당 돼야

중앙일보 2014.01.15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어제 신년 기자회견은 쾌감보다 아쉬움이 많았다. 집권세력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의 비전과 정책을 지원하고 몇몇 혁신적 구상을 밝힌 건 평가할 만하다. 소통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건 아쉽다. 황 대표는 “새누리당은 대통령과 정부, 국민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는 일을 하겠다”면서 지난해 전국 순회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가 18회 있었고 이동거리가 7000㎞였음을 자랑했다. 그는 또 “여당 대표라 해서 대통령과 공개리에 자꾸 만나는 것은 야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당 대표로서 필요할 때는 수시로 전화로도 의논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 문화에서 역대 집권당 대표나 당 지도부가 보여준 최대의 미덕은 ‘대통령이 싫어하는 소리’를 용기 있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이 자랑해야 할 건 전국을 누빈 물리적 거리보다 정치권의 문제를 솔직하게 토론할 수 있는 대통령과 심리적 거리가 아닐까. 박 대통령은 바닥 민심을 챙기는 데 깊은 관심을 보이지만 정치권의 속내를 파악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지난 1년간 정치를 우회해선 어떤 통치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체험하지 않았나. 복잡하고 예민한 정치적 문제들이 대통령이 필요해 찾는 ‘전화 연락’ 정도로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 대표의 새누리당은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통령과 만나고,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노력해야 한다.



 황 대표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헌 문제 때문에 지키기 어렵다고 주장한 건 이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초의원 후보자가 정당표방을 금지토록 한 게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으로, 정당들이 스스로 합의에 의해 공천을 포기하는 것과 다른 문제다. 황 대표의 회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방파산제 도입 검토다. 지방파산제는 한국 지방자치의 지형을 바꿀 만큼 파괴력이 큰 정책이기에 실험적으로 몇 군데를 골라 시행해 보고, 그 부작용을 살펴가며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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