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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독수(毒手) 19, 21

중앙일보 2014.01.15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 ○김지석 9단 ●판윈러 4단



제2보(19~25)=“정석은 외운 뒤 잊어버려라”고 했었지요. 정석이 중요한 건 맞지만 거기에 얽매인다면 주변 사정에 따라 임기응변할 수 없습니다. 해서 일본의 옛 고수들은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한 겁니다. 정석도 변할 수 있으며 고정관념은 바둑의 수를 탐구하는 데 몹시 위험한 적이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지요. 하지만 현대의 ‘정글바둑’은 조금 다르군요.



 중국의 공동연구는 초반에 집중됩니다. 정석을 잊어버리기는커녕 오히려 정석을 확대해 그 후의 변화까지 유형별로 계속 연구함으로써 어떤 상황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소위 ‘중반정석’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19, 21도 그렇게 등장한 신수법에 해당합니다. 19로 ‘참고도1’처럼 돌파하는 것은 8의 수비가 견고해서 백도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실전에선 이런 식의 판단, 즉 어느 쪽이 좋으냐 하는 판단이 수읽기보다 훨씬 힘듭니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정석을 잊어버려라”고 한 것은 옛날 일본의 이틀 바둑에서나 가능한 고상한 이론일지 모릅니다.



 19, 21은 약간 독수(毒手)의 의미가 있는데요. 25까지 보듯 백을 양쪽으로 갈라 맹공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22로 ‘참고도2’ 백1로 느는 것은 흑2로 끊겨 나쁩니다). 실전에서 처음 이런 일을 당했다면 매우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이후의 변화가 잘 연구된 지금, 백을 쥔 김지석 9단은 아주 편안한 얼굴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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