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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과표구간 조정이 뭐길래 세금이 늘어나나요

중앙일보 2014.01.15 00:01 경제 10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Q 최근 신문과 TV를 통해 ‘소득세 과표구간이 조정됐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를 두고 ‘증세가 시작됐다’고도 하고요. 증세는 세금을 늘린다는 뜻이지요?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게 뭐길래 세금이 늘어나나요. 정부는 무엇 때문에 세금을 더 거두는 건가요. 증세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세금을 늘리면 좋지 않은 점이 무엇인가요.

1년간 버는 돈에 따라 5단계로 구분
경계선을 낮추면 세금 더 내게 되죠



A 세금을 늘려야 하냐, 줄여야 하느냐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거리죠. 아마 밤새워 토론해도 결론 나기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최근 무슨 일이 있었길래 소득세가 이슈로 떠올랐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죠.



 2014년 1월 1일 새벽,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세법 개정안엔 여러 내용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걸 꼽으라면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한 겁니다. 가장 높은 소득세율(38%)을 적용 받는 소득 범위를 크게 늘렸죠.



 틴틴 여러분은 소득에서 얼마를 세금으로 뗄지를 정하는 소득세율이 소득에 따라 각기 다르다는 걸 아나요? 소득세는 소득이 클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버는 돈이 얼마 안 되면 소득세율이 6%에 불과하지만, 고소득층은 최고 38%를 소득세로 물게 되죠.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지난해까지는 과세표준(소득 중에서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이 연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8800만~3억원 35%, 3억원 초과는 38%로 총 5단계로 나눴습니다.



 이 단계에 변화를 주는 게 바로 과표구간 조정입니다. 이번에 국회에선 소득세율 35%와 38%의 경계선이 됐던 금액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따라서 기존엔 35%를 세금으로 냈던 연 1억5000만~3억원 구간의 소득자들이 내야 할 세금이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9만1000명쯤 된다는군요. 실제 얼마나 세금이 늘어나는지 따져볼까요. 연봉이 2억원 정도인 사람은 전보다 500만원, 3억원이었다면 800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게 됩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세금을 다 합치면 연간 4700억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세율이 매겨지는 구간을 바꾸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죠.





복지에 써야 할 돈 늘어 증세 불가피





 그럼 왜 이런 방법을 써서 세금을 더 거두는 걸까요. 세금을 늘려서라도 정부가 쓸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죠. 무상보육이다, 기초노령연금이다 해서 복지제도는 자꾸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모두 재원이 있어야만 펼 수 있는 정책이죠. 설사 정부가 더 이상 새로운 복지제도를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고령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 중이라서 해마다 복지에 써야 할 지출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땐 기업 이익도 늘고, 개인의 소득도 늘어나니까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는 세금이 저절로 늘어나죠. 그럴 땐 굳이 증세를 하지 않아도 정부의 살림이 풍족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썩 좋지 않을 땐 다릅니다. 오히려 예상만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정부가 고민이었죠. 결국 증세라는 카드를 꺼내 세금을 늘리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물론 이번에 소득세가 늘어나는 사람은 고소득층으로 한정됩니다. 과세표준이 1억5000만원이 안 된다면 당장 세금이 더 빠져나갈 걱정은 할 필요 없죠. 그래서 이러한 제도 변화를 일컬어 ‘부자증세’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세금을 더 거두니까 증세는 증세인데, 고소득층만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고소득층에만 세금을 더 거두자고 주장하는 쪽은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를 주장합니다. 고소득층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그 세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써서 또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를 어느 정도 완화하자는 뜻이죠. 무엇보다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을 고소득층으로 한정하자고 하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증세하는 것보다 반발이 적습니다. 일반 국민에게 더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런 식으로 증세를 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해 연 소득 15만 파운드(약 2억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40%에서 45%로 높였습니다. 미국도 지난해 연 40만 달러(약 4억22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을 줄였고, 부자 과세인 이른바 ‘버핏세’ 도입도 추진 중입니다.





세금 늘면 소비·지출 줄어 경제 위축



 그런데 이런 부자증세 주장에 대해선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세금 착실히 내던 고소득층의 반발심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세금을 더 떼는 만큼 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일부에선 증세를 하려면 이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부자가 아니라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기준에 미달해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전체 근로자의 40% 가까이 되기 때문입니다.



 증세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증세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세율을 높이면 그만큼 세금이 더 걷힐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여러 부작용으로 오히려 세금이 덜 걷힐 수도 있습니다.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부유층에게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이 벨기에로 귀화를 신청했던 게 그런 사례죠. 물론 유럽처럼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세금을 피하려 국적을 바꾸는 일이 흔친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화된 한국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거나 하는 일이 가능하겠죠.



 증세냐 감세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된 논쟁입니다. 다만 최근엔 점차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긴 합니다. 지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증세를 해서라도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증세는 안 된다’는 응답보다 많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 지갑에서 세금이 단 돈 몇만원이라도 더 나가야 한다면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증세가 남이 아닌 내 일이 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싫어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증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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