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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0억 … 금융사 CEO 연봉 최대 40% 깎는다

중앙일보 2014.01.15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4대 금융지주사 회장 연봉이 최대 40% 줄어든다. 실적과 상관없이 높게 책정되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연봉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실적 반영하기로
은행·보험 등 계열사도 대상
퇴직 때 거액 성과급도 없어질 듯
국책은행장들은 이미 크게 줄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CEO 연봉 체계를 바꾸는 안을 조만간 확정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예정이다. 실적이 줄어들면 CEO가 받는 성과급도 따라서 크게 줄어들도록 성과급 책정 방식을 바꾸게 된다.



 신한지주는 최근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만들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실적이 나쁘면 한동우 회장 연봉이 전보다 최대 40% 넘게 깎일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실적에 따라 장기·단기 성과급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여서 실적이 부진할수록 삭감폭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 역시 회장 연봉을 30∼40% 줄이는 방향으로 연봉 체계를 손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평균 20억9000만원(2012년 지급분)이던 금융지주 회장 연봉은 13억∼14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금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중 회장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지주로 27억4300만원이었다. 기본급과 단기 성과급은 14억2700만원이지만, 장기 성과와 연동한 현금·주식 보상금액이 13억1600만원에 달했다. 이어 KB금융 26억원, 하나금융 19억8000만원 순이다. 회장 연봉이 가장 적은 우리금융이 9억720만원(기본급 6억원+단기성과급 3억720만원)이었다. 퇴직하는 금융지주 회장에게 수십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계열사인 은행·보험·증권사 CEO와 임원 연봉도 함께 조정된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각 금융지주사에 공문을 보내 CEO 성과 체계를 바꾸라고 권고했다. 영업실적이 줄어도 성과급은 별로 줄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실적 목표치 자체를 낮게 잡거나, 주관적인 평가지표에 거의 만점을 줘서 CEO가 성과급을 많이 가져가게 하는 게 문제였다.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12월 초 공동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무 결론도 내지 못했다. 지주사마다 연봉 체계가 제각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금융당국 눈치 보기에 바빠서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예전엔 금융당국이 언질을 주면 회장단이 ‘연봉을 얼마씩 반납하자’고 결의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자율적으로 정하라 하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금감원이 몇 %라고 수치를 정해 주지 않아 어려웠는데, 최근 분위기상으론 30∼40% 정도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눈치작전을 펴느라 연봉 체계 개편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았단 뜻이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연봉을 깎는 건 금융당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간간이 진행상황을 보고받을 뿐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주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전에도 금융사 CEO의 고액 연봉은 종종 도마에 올랐다. 2005년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2007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이사회가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기로 결정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때마다 금융당국은 CEO 성과보상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신호를 줬다. 그 결과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4대 금융지주 모두 스톡옵션 제도를 없애는 변화를 이끌었다. 이후 3개 금융지주사(신한·KB·하나)는 스톡옵션과 달리 장기적인 경영성과와 직결되는 스톡그랜트(성과연동형 주식성과급)를 도입했다.



 최근 다시 금융사 CEO 연봉이 이슈가 된 건 금융권 실적이 예전만 못한 탓이 있지만,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같은 공기업 기관장 연봉이 이미 크게 깎였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국은행도 임원 연봉을 20% 깎기로 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연봉은 3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 삭감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기업도 연봉 삭감을 했고, 금감원장 월급도 깎였지 않느냐”며 “금융사 CEO도 그에 맞춰 스스로 판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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