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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조 달러 한국과 맞먹는 광둥성의 비밀

중앙일보 2014.01.14 00:59 종합 1면 지면보기
넓었다. 정문으로 들어가 후문으로 걸어 나가는 데만 15분이 걸렸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보다 세 배 이상은 더 넓어 보이는 1층 매장에는 샤넬·루이뷔통·휴고보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로 가득 찼다. 지난해 말 방문한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완샹청(萬象城)백화점의 풍경이다. 킹키파이낸스센터 부근의 이 백화점은 그럼에도 서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고객이 많았다. 중국 경제가 불황이라는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은 지금 소비혁명 중
소비가 성장 절반 이상 견인
'1조 달러 클럽' 진입 공신
중국 공략 패러다임 전환을



 동행한 선전의 한국인 사업가 이창섭(51)씨는 “중국에 또 다른 ‘한국’이 생겼다”고 말한다. 광둥성의 지난해 지역총생산(GRDP, 중국 각 성은 GDP로 발표)이 1조 달러를 돌파해 한국(2012년 1조1300억 달러)과 거의 같아졌기 때문이다. 광둥성 정부는 지난 2일 광둥 GDP가 전년보다 8.5% 증가한 6조2300억 위안(약 1조291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초기 추산했었다. 중국에서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한 첫 번째 성(省)이다. 1998년 싱가포르, 2003년 홍콩, 2007년 대만 등을 차례로 추월한 광둥이 ‘아시아 4룡’ 중 마지막 남은 한국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산업 발전을 연구하고 있는 후리파(胡立法) 양저우대 교수는 “규모보다 질적 변화를 눈여겨보라”고 말한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수출이 아닌 내수시장이 오늘의 광둥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기여율(54.4%)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고 덧붙였다. ‘완샹청의 소비 붐’이 1조 달러 클럽 진입의 으뜸 공신이었다는 얘기다. 35년 전 개혁·개방의 시발지였던 광둥이 ‘소비를 통한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시진핑(習近平) 시대 중국 경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부 충칭(重慶)에서도 패러다임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충칭의 명동’이라는 제팡베이(解放碑) 거리는 그 화려함이 뉴욕이나 홍콩을 뺨쳤다. ‘구찌·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롤렉스·버버리…’. 값은 서울 백화점의 같은 제품보다 50~100%나 비쌌다. 명품매장 책임자인 리샤오메이(李曉美)는 “매출이 매년 20% 정도씩 는다. 이곳 충칭시의 경제성장률(연 14%)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광저우·상하이 등 동부 지역의 소비 붐이 서부까지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장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충칭의 가전매장인 상서(商社)전기에는 삼성전자가 그나마 매장 입구를 지키고 있었지만 LG는 구석을 돌아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한때 업계 강자였던 LG의 스마트폰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잠깐 한눈을 팔아도 수십 년간 쌓은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실감케 한다.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의 패턴 변화를 주목한다. 오승렬 한국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국이라는 세계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성장의 혜택을 누려왔다”며 “그러나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구조가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조업 분야는 중국 현지 기업의 추격에 시달리고 소비시장에서는 해외 고급 브랜드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중국 경제가 ‘제조의 시대’에서 ‘소비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의 대중국 비즈니스 패러다임도 기존 임가공형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재(서비스) 위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한우덕·조혜경·채승기 기자, 서욱태 한국무역협회 중국팀장, 조영삼 산업연구원(KIET)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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