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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해야 검·경에 한해 감청권 검토할 만” 신기남 민주당 의원

중앙선데이 2014.01.12 00:20 357호 11면 지면보기
최정동 기자
노무현정부 시절 국회 정보위원장과 지난해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신기남(62·서울 강서갑·4선) 의원은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은 국정원에 무제한 감청의 길을 열어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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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대공 수사권의 검찰·경찰 이관”이라며 “이 요구가 관철된다면 검·경에 한해 수사상 꼭 필요한 경우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기 위원장이 낸 개정안을 어떻게 보나.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국정원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를 감청하다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중단했다. 그러나 뒤로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손잡고 17·18대 국회에 잇따라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해 달라는 법안을 냈다. 내가 2005~2007년 국회 정보위원장을 할 때도 국정원이 그런 요구를 해왔지만 일축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들고 나온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국정원이 노리는 건 무게가 40㎏이 넘고 전파를 잡기도 힘든 이동식 감청기기 대신 휴대전화 중계국에 감청기기를 달아 거기 모이는 통화정보를 일괄 감청하는 거다. 백이면 백 다 감청이 돼 유선전화 감청만큼 쉬워진다.”

 -서 위원장은 “국민의 75%가 휴대전화를 쓰는 상황에서 범죄수사를 위해 휴대전화 감청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
 “득보다 부작용이 훨씬 크다. 수사를 핑계로 얼마든지 감청할 수 있다. 영장을 받아 감청한다지만 영장이란 게 원래 허술하고 받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우선 국정원이 쥐고 있는 대공수사권부터 검·경에 이관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국회나 언론의 견제를 받지 않는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가지면 자연히 밀실수사를 하게 돼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반면 검찰·경찰은 오픈된 기관이라 그러기 어렵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부터 폐지한다면, 검·경에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건 검토해볼 수도 있다.”

 -여당과 국정원은 ‘미국 정보기관도 휴대전화 감청을 한다’고 주장한다.
 “감청 이전에 수사권 문제부터 짚어보자. 미 중앙정보국(CIA)은 수사권이 없고 정보수집 기능만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수사권이 있지만 정보기관이 아니라 수사기관이어서다. 또 국정원은 행정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어떻게 수사권을 가질 수 있나?”

 -여야가 합의한 국정원 개혁안은 어떻게 보나.
 “개혁안은 대공수사권 폐지가 핵심인데 이게 빠졌으니 ‘앙꼬’ 없는 찐빵이 됐다.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 기능을 유지시켜준 것도 문제다. 그런 활동은 공개된 부처에서 해야지 비밀기관인 국정원이나 군이 하면 안 된다. 다만 정보위원회를 상설화해 국정원 감시를 강화한 건 잘했다. 앞으로 정보위엔 미 상원 정보위처럼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다선 의원들을 기용해야 한다. 미국 정보위원들은 끗발이 대단하다. 정보기관 예산을 일반 부처예산과 똑같이 들여다보고 심의할 수 있다. 하지만 비밀은 철석같이 지킨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초 국정원 개혁을 시도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인 2003년 4월 개혁 성향의 서동만 박사를 국정원 기조실장에 발탁했다. 하지만 고영구 당시 원장이 개혁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둘이 크게 싸웠다고 한다. 결국 노 대통령이 고 원장 손을 들어줘 개혁은 불발됐다. 서 실장이 나와 통음하면서 ‘국정원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고 울부짖더라. 그는 2009년 53세 나이로 요절했다. 국정원 개혁 불발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인의 하나였을 것이다.”

 -정보위원장 시절 국정원 개혁을 추진했다고 들었다.
 “나는 2005년 정보위원장이 되자마자 국정원 개혁소위를 만들고 대공수사권 폐지를 시도했다. 개혁성 강한 최재천·임종인 의원을 소위원장에 임명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자 국정원이 청와대에 로비를 한 것 같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우리가 집권했으니 착한 국정원을 만들면 되지 굳이 수사권까지 폐지하며 어지럽게 만들 필요가 없다. 국정원의 반발이 너무 심하다. 그들을 적으로 만들 이유가 없지 않나’ 하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나는 ‘제도를 개혁해야 진짜 개혁이 된다. 국정원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대통령의 뜻이 그렇다’고 반박해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그래도 내가 말을 안 들으니 (청와대는) 당 지도부를 움직여 최·임 의원을 다른 위원회로 전출시켜버렸다. 내 손발을 자른 것이다. 그래서 석 달 만에 국정원 개혁소위는 좌초됐다. 하지만 요즘 그 고위 관계자는 ‘(그때 국정원 개혁을 안 한 걸) 후회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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