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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사제 늘어난 ‘달러의 신전’ … 벌써 뒤숭숭한 시장

중앙선데이 2014.01.12 01:22 357호 20면 지면보기
“구직 포기자들이 다시 취업 현장에 뛰어들면 실업률이 반등할 수도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완만하게 진행해야 한다.”(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테이퍼링’ 착수한 美 Fed, 올해 어디로 움직일까

“지난 6년 동안의 초저금리로 누적된 왜곡 상황이 심하다. 양적완화는 조속히 종료해야 한다.”(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오간 설전이다. 더들리 총재와 플로서 총재는 각각 비둘기파(경기부양주의자)와 매파(통화긴축주의자)의 대표 격 인물. 이날 논쟁이 더 화제가 된 건 플로서 총재가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FOMC 고정 멤버인 더들리 총재와의 대립각이 ‘매파와 비둘기파의 전쟁’‘FOMC 내의 예고된 갈등’으로 묘사된 이유다.

비둘기파 선장이 이끄는 Fed호에 매파 선원이 대거 탑승한다. 올해 교체돼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4명 중 2명이 공격적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10일(현지시간) 부의장으로 공식 지명된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도 매파적 인사로 분류된다. 시장이 연내 양적완화 종료,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에 술렁이는 이유다.

거물급 매파 부의장, 수퍼 매파 2명까지
스탠리 피셔 부의장 후보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시절 벤 버냉키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등을 지도한 스승이다. 의회에서 사상 최저 득표로 인준을 통과한 옐런 의장보다 피셔의 존재감이 더 강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피셔 전 총재가 매파로 분류되는 이유는 물가 상승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끈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1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신속하게 출구전략에 착수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피셔를 옐런 의장의 파트너로 낙점한 이유는 Fed가 지나치게 비둘기파 성향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새로 합류한 지역 연준 총재 중에선 ‘수퍼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 둘이나 된다. 플로서 총재와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준 총재다. 플로서 총재는 2011년에도 FOMC 투표권을 행사하며 버냉키 전 의장의 양적완화·초저금리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 이후에도 공개 석상에 설 때마다 “Fed가 양적완화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리처드 피셔 총재 역시 매파 어록이 화려하다. “이 정도면 돈은 풀 만큼 풀었다”(2011년), “시장의 양적완화 집착이 병적 수준이다”(2012년), “양적완화가 일자리는 못 만들고 물가 상승 기대감만 키우고 있다”(2012년)는 등 ‘버냉키 독트린’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연준 총재가 신규 멤버 중 유일한 비둘기파다. 테이퍼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에도 “연준이 부양책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 자리 공석, 옐런 리더십 관건
새로 영입된 멤버가 대부분 매파인 것과 달리 떠난 멤버들은 대부분 비둘기파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유일하게 양적완화 축소에 반대표를 던진 ‘수퍼 비둘기’ 에릭 로젠버그 보스턴연준 총재나 Fed의 3차 양적완화 대변자를 자처한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준 총재가 그렇다.

게다가 올해 FOMC엔 공석이 세 자리로 늘어난다. 올해 투표권을 얻게 된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연준 총재는 지난해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피아날토 총재는 매파 인사로 분류되지만 후임 총재가 같은 성향일 거란 보장은 없다. 여기에 재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지난해 하반기 Fed 활동을 접은 세라 블룸 래스킨 전 이사, 지난해 여름 사임한 엘리자베스 듀크 전 이사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도 FOMC 성향을 좌우할 변수다.

옐런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도마에 오른 건 이 때문이다. 비둘기파가 압도적이던 지난해 FOMC와 달리 강경 매파가 대거 영입된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 속도와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설득의 리더십을 펼쳐야 할 거란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옐런 의장의 가장 큰 과제로 “서로 성향이 다른 위원들을 조율하는 일”을 꼽기도 했다.

매파 정책 우려 … 금리↑ 주가↓
시장은 ‘매파 FOMC’에 대한 경계심에 흔들리고 있다. 8일 지난달 FOMC 회의록이 공개된 이후 혼란이 가중됐다. 뉴욕 증시는 8일 이후 하락 혼조세에 접어들었고 채권 금리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의결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중 9명이 양적완화 축소에 동의했다는 점 ▶‘수퍼 비둘기파’인 줄 알았던 옐런 의장이 그중 한 명이었다는 점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부분이 회의적 입장을 공유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옐런 의장이 생각보다 강경한 비둘기파가 아닐 가능성이 있으며, 경제지표가 개선되면 비둘기파로 분류된 인사들의 태도도 강성으로 바뀔 수 있다”며 “시장은 올해 안에 양적완화가 완전히 종료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지난달 양적완화 축소를 발표하며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음에도 시장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올해 연준이 지난해 FOMC가 내린 결정을 상당 부분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FOMC에 매파 연준 총재들이 합류한 것보다 민간부문 고용률 등 경제지표가 호조되는 게 매파 정책 전망에 무게를 싣는 것”이라며 “경제 지표가 계속 좋게 나온다면 Fed의 약속보다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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