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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조 달러 시장 도약 … 안전성, 무슬림 구매력이 비결

중앙선데이 2014.01.12 01:34 357호 22면 지면보기
지난해 4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할랄 미들이스트 전시회에서 현지인들이 한국 업체의 음식을 맛보고 있다. [사단법인 할랄협회 http://www.kohas.org]
서울 이태원의 이슬람사원 앞 상점 거리. 곳곳에 ‘할랄’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인근의 마트에도 할랄 인증마크가 있는 통조림·과자 등 가공식품이 즐비하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 음식점에 들어서자 벽에 붙은 ‘할랄’ 표시가 선명하다. 김상묵 KOTRA 쿠알라룸푸르무역관장은 “무슬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할랄식품의 안전도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블루오션 떠오른 무슬림 할랄 푸드

‘안전한’ 식품 원하는 非무슬림까지 관심
여기다 무슬림 국가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기업에는 호재다. 예컨대 1990~2010년 무슬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6.8%씩 성장했다. 전 세계 평균(5%)을 웃돌았다. 소비 수준이 높아진 데다 무슬림 인구도 매년 1.8%씩 늘고 있다. 203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7% 이상을 무슬림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게다가 무슬림 국가 대부분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비(非)무슬림 중에서도 할랄식품을 찾는 수요까지 가세했다. 식품 안전성을 가늠케 해 주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에 버금갈 만큼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다. 최근엔 식품을 넘어 의약품·화장품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식음료 부문이 전체의 68%로 할랄산업의 중추를 이루고 있지만 의약품(23%)과 화장품(9%)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 식품기업, 발 빠르게 할랄시장 선점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터키를 3대 무슬림 시장으로 꼽고 말레이시아를 할랄식품의 글로벌 연구 및 생산기지로 삼았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에서 무슬림 인구 비중이 61%에 달한다. 할랄식품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2010년부터 ‘동남아의 할랄 허브’로 자처하며 할랄 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할랄 파크에 진출하면 10년간 법정소득액 전액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투자 전액에 대해 5년간 투자세를 공제해 주고 있다. 덕분에 코카콜라·P&G 등 글로벌 대기업이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일본·프랑스 등의 거대 식품기업도 할랄산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30개사가 할랄식품 생산을 추진하고 있고 이 중 3개 업체는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설립해 할랄 인증 식재료 및 어육 가공제품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상·CJ·샘표 등 국내 업체도 인증 서둘러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국가의 외국인 수는 20만5000명.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10만여 명이다. 한국계 무슬림도 점차 늘어나 3만50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국내 식품업계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비중을 두고 있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마크인 ‘MUI’를 따내 2011년 2월부터 할랄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마요네즈와 김류(재래·햇·파래김)를 비롯해 11개 제품이 인증을 통과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할랄 인증 제품으로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상은 아예 인도네시아 전용 할랄 브랜드인 ‘마마수카(Mama Suka)’를 론칭해 시장을 공략 중이다.

CJ제일제당은 햇반·김치·조미김 등 43개 품목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 김치호 과장은 “말레이시아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이슬람개발부(JAKIM)란 정부 부처를 두고 있고 이곳에서 직접 할랄 인증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말레이시아는 할랄 인증 표시와 관련된 법률을 마련하는 등 할랄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말레이시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할랄을 적용한 한식을 시험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5년 내 할랄 시장에서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정했다.

샘표식품은 ‘할랄’ 인증을 받은 간장조미소재(간장분말)를 2009년부터 필리핀·태국 등 동남아에 수출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의 생라면은 국내 라면 최초로 JAKIM 인증을 받고 이슬람 식품시장에 진출했다. 풀무원식품 마케팅팀 하은경 담당은 “라면은 면·수프의 제조 과정이 다르고 수프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다양해 할랄 인증 과정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며 “입고·생산·운송·저장 과정에서 이슬람 율법이 금지하는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도록 돼지고기 DNA 검사, 공장 주변 개·고양이 등 오염원 차단을 위한 조치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진출 초기여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국내 가공식품은 제조공정에 알코올 등 할랄 금지 품목이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아워홈의 정재영 식품안전팀장은 “정부 차원에서 할랄에 기준한 한국 식품 소재의 처리방법 및 공정이 표준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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