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영선, 외촉법 반대에 국회 스톱 … 예산안 새벽 5시 처리

중앙일보 2014.01.02 00:56 종합 6면 지면보기
2014년도 예산안이 대구도시철도 연장사업과 관련한 ‘쪽지예산’ 논란으로 정회되는 소동을 겪으며 해를 넘긴 1일 오전 5시15분쯤 통과됐다. 예산안 통과 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오른쪽)가 연단으로 올라가 강창희 의장에게 ‘쪽지예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왼쪽은 정홍원 총리. [뉴스1]
2014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1월 1일 오전 5시15분이었다.


1박2일 본회의 무슨 일이
새벽 3시까지 법사위 상정 막아
새누리 "의원 300명 볼모로 삼아"
야당서도 "합의 따라야지" 불만

 이 시간이 작년보다는 한 시간 정도 처리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2013년도 예산안은 지난해 1월 1일 오전 6시4분에 통과됐다.



 예산안이 2년 연속 해를 넘겨 새벽에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 30일 전에 본회의에서 확정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54조를 국회는 연거푸 어기고 말았다. 356조원에 이르는 나라 살림을 새벽에 벼락치기하는 모습까지 연출하면서다.



 예산안 처리가 새벽까지 지연된 결정적 이유로 새누리당은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의 상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거부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나 법안처리에 반대해 온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그렇게 시급한 법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 때 미리 안건으로 내놓고 토론을 했어야 하는데 갑자기 막바지에 외촉법 카드를 뽑아 들고 다른 합의 안건과 연계시킨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외촉법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해 12월 30일부터였다. ‘48시간의 외촉법 전쟁’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은 오후 2시30분부터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어 논란을 벌였다. 민주당은 박 위원장 등 일부 의원이 외촉법 개정안에 강력 반대하는 가운데 오후 10시쯤 모든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한길 대표는 “외촉법은 우리에게 나쁜 법이지만 이번은 대표에게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외촉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울음을 터뜨리며 의총장을 나갔다고 한다.



 자정을 약 2시간 남겨둔 국회는 그때부터 빠르게 돌아갔다. 예산안은 예결위 소위(오후 10시18분), 예결위 전체회의(오후 11시48분)를 신속히 거쳤다. 외촉법도 오후 11시쯤 산자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외촉법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민주당 산자위원들에게 큰절까지 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촉법은 자정 직전 법사위로 넘겨졌다. 그곳에서 커다란 장벽을 만났다. 민주당 지도부가 새누리당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법안인데도 박영선 위원장이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의 근간을 흔들며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 등 특정 재벌에 특혜를 주는 민원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법사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오후 11시30분쯤 박 위원장을 방문했다가 돌아나오며 법안처리를 촉구했으나 박 위원장이 이런 주장을 꺾지 않자 “박 의원 하나 때문에 의원 300명이 기다린다. 의원들이 다 볼모인가”라고 소리를 쳤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뽑아놨으면 대표들이 (여당과)협상해 온 대로 좀 움직여줘야지”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1일 0시50분에 겨우 열리긴 했으나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민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 간의 마찰로 곧 정회했다. 법사위가 속개된 시간은 새벽 3시. 박 위원장은 “이 법을 제가 상정할 수는 없다”며 민주당 이춘석 간사에게 진행을 맡겼다.



 오전 3시55분. 외촉법은 여당 위원들이 오는 2월에 상설특검제 입법을 처리한다는 합의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전 4시에야 겨우 본회의가 소집됐다. 막혔던 다른 안건들이 처리되고, 예산안은 오전 5시가 넘어 찬성 240명, 반대 27명, 기권 18명으로 가결됐다.



 새벽 본회의는 이 와중에 파행사태까지 겪었다. 예산안 통과 후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쪽지예산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결국 국회 본회의는 5시50분쯤 정회했다가 오전 9시40분 속개됐다. 논란의 발단이 된 외촉법은 1일 오전 10시에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찬성 168명, 반대 66명, 기권 20명이었다. 길고 긴 본회의는 1일 오전 10시34분에 끝났다. 철야를 하고 회의장을 나서는 의원들은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동료 의원의 덕담에 “복이고 뭐고 너무 어지럽다”고 했다.



이소아·하선영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