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역앞 분신 40대 민주열사 칭호에 시민장 추진 논란

중앙일보 2014.01.02 00:48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을 시도한 이모(41)씨가 1일 끝내 숨졌다. 이씨는 분신 직전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다이어리에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로 시작하는 17줄 분량의 글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글이 최근 대학가에서 유행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정부 비판 내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유서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형의 빚 떠안아 신용불량 상태

 이씨는 광주의 C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임관해 대위로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 시절엔 문학동아리 등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날 이씨가 남긴 글과 현수막 등을 근거로 그를 ‘민주열사’로 추대하기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정원시국회의·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소속된 ‘고 이OO 열사 시민사회장례위원회’는 이날 “민주투사 고 이OO 열사 민주시민장을 오는 4일 광주광역시 망월동 민주 묘역에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도 관련 내용을 리트윗했다. 하지만 망월동 시립묘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분신 사건은 들어봤지만 망월동 묘역에 매장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분신 동기 등을 조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씨는 특정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으며 채무 부담 등 복합적 동기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매장관리 일을 하던 이씨는 신용불량 상태였다. 형이 자신의 카드를 사용해 3000만원가량의 빚을 떠안았다고 한다. 이씨는 또 지난해 12월 30일 동생 명의로 보험 수급자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보험 수급자를 미리 바꾸는 등 치밀하게 분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씨의 사망을 이용해 선동하는 행동에 반대한다. 같은 마음으로 이 분의 삶과 죽음을 폄훼하는 작태에 대해서도 분노한다”고 밝혔다.



장혁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